“미국 대선, 최대 패자는 언론ㆍ여론조사기관”…자성의 목소리 잇따라

입력 2016-11-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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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트루먼 당선 예측 실패 이후 최악

올해 미국 대통령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의 예측이 일제히 빗나갔다는 점이다. 이에 미국 언론매체와 여론조사기관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타임스 등 현지 일간지들은 9일(현지시간) 이번 대선은 1948년 해리 트루먼과 토머스 듀이가 격돌했던 대선 이후 가장 큰 실패라고 보도했다.

1948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임기 중 사망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했던 민주당의 트루먼과 공화당의 듀이가 겨뤘다. 당시 트루먼은 민주당 내의 분열, 철도 파업 근로자들에게 군대를 보내겠다고 위협한 1,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높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기가 바닥을 기고 있었고 공화당이 상ㆍ하원도 장악한 상태였다.

이에 당시 거의 모든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이 듀이의 승리를 확신했다. 뉴스위크가 대선 6주 전에 50인의 전문가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든 사람이 듀이의 당선을 점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듀이 당선을 예상해 특집 기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갤럽과 로퍼 등 여론조사기관들도 듀이의 5%포인트 차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트루먼은 기차를 타고 미국 전역을 돌면서 작은 마을을 방문해 바닥에서부터 표를 긁어모았다. 결국 트루먼은 대선에서 승리해 ‘듀이가 트루먼을 깼다’는 오보가 실린 시카고트리뷴을 들며 자축했다.

NYT는 이번 대선에서도 자사를 포함한 언론들이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될 것으로 잘못 예측했다며 세상을 바꾸려는 분위기, 정치를 살아움직이게 하는 인간적 요소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심지어 NYT는 대선 예측조사 실패에 따른 독자들의 신랄한 비판을 소개하기도 했다.

워싱턴타임스는 이번 대선과 트루먼 사례는 너무 비슷하지만 1948년은 아직 여론조사 초창기여서 오늘날 볼 수 있는 복잡하고 발달된 기법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사우샘프턴대의 통계학 교수인 패트릭 스터기스 통계학 교수는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지 못하면서 여론조사업체들은 거대한 역사적 실패를 겪었다”며 “이는 대지진 급의 참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스템적으로 특정 유권자들을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는 지지율에서 실제보다 2~3%의 차이를 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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