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 출신 청년 사업가 비판 글 올렸다가 중국 네티즌 반발 부딪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이 여행 예약 서비스 명칭에 ‘돼지’라는 단어를 넣었다가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알리바바는 중국 젊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자 해당 서비스명을 ‘플라잉 피그 트래블(Flying Pig Travel)’로 바꿨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해묵은 한족과 이슬람 소수민족 간의 갈등을 다시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위구르 출신의 청년 사업가인 아딜 마맛투라는 웨이보에 “나는 알리바바의 강력한 지지자로 우리 과자 제품을 판매하는 데 T몰 플랫폼을 이용한다”며 “그러나 여행 서비스 명칭을 플라잉 피그로 바꿔 내가 해당 앱을 지울 수밖에 없게 됐다. 아마 모든 무슬림 친구들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다. 무슬림 세계에서 돼지는 금기시된 단어”라고 밝혔다.
21만6000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그는 곧 이 포스트를 삭제했으나 스크린 캡처로 중국 인터넷망에 떠돌게 됐다. 그는 부적절한 발언을 사과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많은 중국 네티즌이 일제히 그에게 상업적인 일에 종교를 끌어들인다는 이유로 욕을 퍼부었다. 중국에서 무슬림을 제외하면 돼지고기는 가장 선호하는 식재료 중 하나다. 중국 국영 언론들이 해당 사건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 한족의 편견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WSJ는 꼬집었다.
알리바바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모든 사람을 존중하며 플라잉 피그는 단지 우리 고객의 80%를 차지하는 젊은층의 관심을 끌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알리바바는 로고에서 돼지 대신 추상적인 사람 얼굴을 넣었다.
무슬림 제과업체 사장의 발언이 물의를 일으킨 배경에는 중국 인구의 약 90%를 차지하는 한족과 서부 신장에 많이 사는 위구르족과의 긴장이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2009년 신장위구르족 자치구 성도 우루무치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이후 몇 차례 일어난 테러 주범으로도 위구르족이 꼽혔다.
이런 논란에 지친 마맛투라는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WSJ는 전했다. 사실 그는 위구르족에서는 흔치 않게 전도유망한 사업가로 중국 관영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신화통신은 지난 2014년 8월 그가 윈난성 강진 당시 5억 t에 달하는 견과류 케이크를 제공한 사실을 보도했다.
그는 전날 웨이보에 올린 사과글에서 한족과 소수민족 관계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나와 한족 친구, 동료들과의 관계는 매우 양호하다”며 “나 자신을 개선하고 더 나은 일과 긍정적 에너지를 세상에 전달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국립정치대학의 창충푸 교수는 “한족은 너무 수가 많아서 무슬림에 대한 배려가 보여지는 사례는 드물다”며 “예외적으로 무슬림이 많은 지역에서만 이런 배려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서부 칭하이성에서는 한족이 돼지띠를 축하할 때 돼지 그림이 그려진 포스터는 반드시 집안에 둔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자각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