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가 집권당인 보수당의 사퇴 압력에도 2021년까지 8년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카니 총재 측근의 발언을 인용해 카니 총재가 이번 주 안으로 거취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성명을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결론을 내리기 전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을 만나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FT는 카니 총재가 메이 총리와 해먼드 장관을 만난 뒤 영란은행의 물가지표가 발표되는 내달 3일 전에 거취를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카니 총재는 2013년 취임하기 전부터 가족들이 모국인 캐나다를 떠나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8년 임기 중 5년만 재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니의 가족들이 런던에 정착했고 그를 임명한 조지 오스본 전 영국 재무장관은 카니에게 임기 8년을 다 수행하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카니 총재 측근들은 카니 총재가 영국 정부가 내년 3월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 이후 혼란을 겪게 될 영국 경제를 지켜내는 데 계속 힘을 쓰길 원한다고 전했다.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 이후 영국 정부는 유럽연합(EU)과 2년간의 ‘이혼 절차’를 밟게 된다. 이와 관련해 한 고위 정부 관계자는 “2018년 중순이 영국 경제의 가장 어두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카니 총재는 또한 영란은행의 독립성을 지켜내기를 원한다고 측근은 전했다. 일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찬성파 보수당원은 카니 총재가 지난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 브렉시트 여파에 대한 암울한 경제전망을 내놔 브리메인(영국의 EU 잔류) 측을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즉 브렉시트 반대파였던 카니 총재가 경제전망 지표를 가지고 정치문제에 개입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최근에는 영란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금자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는 비판까지 가세됐다. 하지만 카니 총재는 이러한 주장을 전면 반박하며 정치계와 중앙은행의 목표에는 경계선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메이 총리와 해몬드 장관은 카니 총재가 2018년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보다는 2021년까지 8년 임기를 채우는 방향을 시사했다고 F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