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을 앞두고 발표한 투자설명서가 오히려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 정부는 채권투자 설명서를 공개했다. 사우디 정부는 재정확보 차원에서 이달에 사상 처음 해외에서 국채를 발행할 전망이다. 은행업계에서는 그 규모가 10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투자설명서에서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경제가 직면한 저유가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보유한 석유자산을 모두 매각하는데 70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사우디의 원유 매장량은 2665억 배럴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전세계 원유 매장량의 18%를 차지하는 것이다. 사우디는 이 매장량을 지난해 일일 평균 생산량(102만 배럴) 수준으로 생산을 이어간다면 70년을 더 생산할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WSJ는 사우디 정부가 제시한 ‘70년’이라는 시간표를 주목했다. 이는 곧 사우디가 수 대에 걸쳐 쓸 수 있는 풍부한 석유 자산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것일 수는 있으나 이는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급변하고 있는 국제 규제와 기술 발달을 고려하지 않은 ‘근거 없는 자신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외부 환경 변화에 맞서 재빠르게 석유 자산을 팔고 석유의존도를 줄인다는 사우디의 경제개발 전략에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게 됐다고 WSJ는 지적했다. 올해 초 사우디는 오는 2018년 국영 에너지회사 아람코의 일부 자산을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고 현재 정부 재정의 4분의 3 가까이 차지하는 원유 수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나 기후변화 관련해 새로운 규제가 당장 도입되지 않는다고 해도 사우디가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원유 수요가 향수 30년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캠퍼스의 에이미 마이너스 제프는 “사우디가 70년 내내 원유로 돈을 벌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아람코가 상장을 통해 사기업으로서 경영된다면 이번에 제시된 ‘70년 생산 시간표’도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