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운드화, ‘5분 새 6% 폭락’ 미스터리...‘하드 브렉시트’ 쇼크 현실화

입력 2016-10-0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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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일 31년 만에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7일 오전 도쿄외환시장에서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를 일으켜 2분 간 무려 6%가 폭락하면서 시장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도쿄외환시장에서 장 초반 2분간 6.1%가 폭락했다. 이변은 이날 오전 8시 5분경 일어났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1.26달러대에서 움직였는데, 파운드는 불과 2분 뒤인 8시 7분에 심리적 지지선인 1.2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또 2분 후에는 1.18달러선까지 급락했다. 불과 약 5분 사이에 파운드화 하락폭은 6%에 달했다. 이는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결과 발표 이후 최대폭이었다. 달러에 대한 파운드 가치 하락이 순식간에 이뤄지면서 그 영향은 엔화와 유로 등 다른 통화에까지 파급했다.

시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러면서도 확실한 원인은 찾지 못했다. 전문 딜러들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벌어진 일이어서 그저 알고리즘 매매 오류로 인한 플래시 크래시로 해석했다. 아시아 새벽 시간대에 유동성이 급격해지면서 가격 변동을 증폭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혹은 트레이더가 실수로 오타를 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가 하락 가능성을 암시하는 복선이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독일과 프랑스 등 EU 측과 영국 정부가 서로 견제하며 강경한 발언을 한 것이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인 타격을 감수하고 EU 탈퇴를 단행하는 ‘하드 브렉시트’가 현실성을 띠게 되면서 파운드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앞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2일 보수당 대회에서 “2017년 3월 말까지 EU에 탈퇴를 통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시장은 비공식적인 회의를 통해, 영국이 EU 측과 브렉시트 준비작업을 하는데에 있어서 유연한 스탠스와 선을 그은 것으로 보고, 메이 총리의 발언을 하드 브렉시트의 의사 표시로 해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IG의 마켓 애널리스트 앵거스 니콜슨은 “EU 탈퇴에 관한 올랑드 대통령의 주장을 바탕으로 FT가 보도한 기사를 계기로 알고리즘을 일으킨 플래시 크래시 같다. 아시아 시간은 거래량이 작기 때문에 다른 알고리즘도 작용해 파운드화 낙폭을 증폭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올랑드 대통령은 전날 파리에서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단호한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EU의 원리 원칙을 위기에 처하게 할 것”이라며 브렉시트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재천명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영국의 주장을 인정하면 다른 나라도 (영국처럼)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도 이익은 얻으려고 EU 탈퇴를 원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영국과 냉정한 협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는 ‘EU로부터 경제적인 이익은 원하지만 난민은 수용하고 싶지 않다’는 식의 영국의 이기적인 태도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영국과 EU 국가 간 브렉시트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6일 독일산업연맹(BDI)의 연례 총회에서 경영자들을 앞에 두고 “(이민자를 포함한) 모든 자유를 존중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대로 EU 시장 접근을 요구하는 듯한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이같은 EU 측의 발언에 대해 영국도 강경한 입장이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6일 월가 금융기관들과의 회의에서 “메이 정권은 (기업에 엄격한 정책을 취한다) 안티 비즈니스적인 자세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영국은 내년 3월까지 EU 탈퇴를 통보하고 협상을 시작한다. 협상 기간은 2년. 전문가들은 그 과정에서 투기 세력이 이날 오전 일어난 것과 같은 파운드화 약세에 베팅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파운드화 가치가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파운드화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달러화에 대해 17% 하락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31개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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