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경찰 물대포에 맞은 뒤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69) 씨가 25일 숨진 가운데 경찰ㆍ검찰과 법원이 부검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유족을 포함한 백남기 씨 대책위원회는 경찰의 부검 영장 재청구와 관련해 "그동안 수사는 지지부진했는데 (사망후)부검은 닦달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7일 관련업계와 연합뉴스,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후 늦게 검찰을 통해 백씨 시신 부검 영장을 재청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부검 필요성을 입증할 소명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라고 경찰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백씨의 시신 부검과 진료기록 확보를 위해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진료기록 확보 부분만 발부했다. 시신 부검 부분은 "부검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기각했다.
이에 경찰은 전날 백씨 시신이 안치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을 압수수색해 백씨의 진료·입원 기록을 확보했다.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법의관과 민간 법의학자 등 전문가 3명에게 기록 검토를 요청, 명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려면 부검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소견을 받아 26일 오후 늦게 영장을 재신청했다.
법원은 사인 규명에 부검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추가 소견, 부검 진행의 절차적 타당성 소명 등 여러 항목의 자료를 조목조목 명시해 경찰에 문서로 추가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중 최대한 신속히 추가 자료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투쟁본부'와 백씨의 유족은 사인을 경찰 물대포 피격으로 규정하고 부검에 반대하고 있다.
백남기 범국민대책위원회 이정일 변호사는 경찰이 기각된 부검 영장을 재청구하자 KBS를 통해 "수사는 지지부진하면서 왜 이렇게도 부검에 대해서는 닦달하는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