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서 이웃 구한 ‘초인종 義人’끝내 숨져

입력 2016-09-21 10:20수정 2016-09-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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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국장 출신 아버지 “아들 원망스러웠지만...잘했다 말하고 싶어”

화재현장에서 이웃들을 구하다 쓰러진 20대 청년이 11일 만에 끝내 세상을 떠났다. 지난 9일 안치범(28) 씨는 서울 마포구 5층짜리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사건 때 잠든 이웃을 깨워 대피시켰지만 정작 자신은 연기에 질식해 빌라 5층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화재는 여자 친구의 이별 통보에 분노한 20대 남성이 홧김에 지른 불이었다. 이 건물 4층에 살던 안치범 씨는 탈출한 뒤 119에 신고하고 다른 주민들을 깨우기 위해 다시 연기로 가득 찬 건물로 뛰어들었다.

안 씨의 이웃들은 경찰에서 “새벽에 자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나오세요’라고 외쳐 탈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 씨 덕분에 원룸 21개가 있는 이 건물에서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안 씨는 건물 5층 옥상 입구 부근에서 유독 가스에 질식해 쓰러진 채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0일 오전 사망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마친 안 씨가 건물을 수차례 올려보다 다시 건물 안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고 말했다.

안 씨는 생전 성우가 되는 걸 꿈꿨다. 합정역 인근에 있는 성우 학원에 다니기 위해 지난 6월 근처 원룸으로 이사와 살다 변을 당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20일은 평소 안 씨가 지망하던 방송사의 입사 원서 접수 마감일이었다.

안 씨의 아버지(62)는 행정고시 22회로 기획재정부에서 국장까지 지냈다. 안 씨의 아버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불길 속에 뛰어든 아들이 원망스러웠지만 지금은 ‘잘했다, 아들아’라고 말해 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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