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회계 파동에 ‘기업 공시 간소화’ 미룬다

입력 2016-09-1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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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 시행에서 내년 상반기로..34개 생략 항목 재검토

금융당국이 올해 2분기부터 시행키로 했던 ‘기업 공시 간소화’ 정책을 내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기업들의 부실 회계·공시 논란이 커지면서 공시 생략 범위를 설정하는 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업 분·반기 보고서 상 공시 항목 간소화 정책은 내년 1분기 보고서부터 적용되도록 할 것”이라며 “코스닥협회와 상장사협의회 등 업권과 생략 항목을 조율해 내년 3월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공시 및 회계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기존 분·반기보고서 상 공시항목 113개 중 34개 항목을 올해 2분기 보고서부터 생략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판단에 미치는 영향이 적거나 매년 3월 발표하는 사업보고서 내용에서 큰 변동이 없는 정보 등이 생략 대상이다. 미국과 일본의 간소화 사례도 고려했다.

기업의 과도한 공시작성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생략 검토 대상에는 전환사채(CB) 발행 현황이나 자기주식 현황, 재무정보, 공정가치평가 내역 등도 포함됐다. 분·반기 중 변동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달 현대상선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고 곧바로 CB를 발행해 개인 투자자들의 질타를 받는 일 등이 이어지면서 공시 간소화가 지나치게 정보 이용자를 외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업의 자기주식 처분 내역이 분·반기 보고서에 기재되지 않는다면 매도 1년이 지나서야 사업보고서를 통해 볼 수 있다. 부풀려진 재산의 공정가치 재평가 결과가 뒤늦게 공개돼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과 정보 수용자 모두의 효율성을 위해 기재 간소화가 필요한 측면은 있다”면서도 “단순히 미국이나 일본에서 표시하지 않는다고 해서 한국에서도 생략하는 것은 현 상황에선 무리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여러 공시에서 중첩된 부분과 더불어 미공시 항목이 무엇인지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대 30% 공시 항목을 간소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재 간소화 범위가 줄어들면 실무자 입장에선 정부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 것”이라며 “일부 기업의 부실경영으로 공시 업무 부담이 과중한 중·소형 업체들이 간접적인 피해를 보는 꼴”이라고 말했다.

(출처=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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