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mm의 오차도 용납 못하는 '시계 名醫'
남대문시장 한편에 자리한 시계공방. 그곳엔 눈을 크게 뜨고 봐도 보이지 않는 현미경 속 세상이 있다. 제각기 다른 시간에 멈춰 있는 고장 난 기계식 시계들 옆 머리가 희끗한 시계수리공의 손길이 분주하다.
수리공은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능숙한 솜씨로 쇠막대를 깎는다. 두께 2㎜의 쇠막대가 네 단계의 가공작업을 거쳐 톱니바퀴로 재탄생한다. 겉 12개, 속 8개의 톱니로 구성된 바퀴의 직경은 1.69㎜, 축과 연결되는 구멍의 지름은 채 0.5㎜가 안 된다.
‘걸리버 여행기’ 속 소인들의 기계 부품 같은 톱니바퀴가 시계 속에 새로이 자리 잡자 태엽은 다시 시계 초침을 돌린다.
대한민국 1호 시계수리 명장 장성원(64) 씨. 그는 홀로 터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시계 속 작은 세상을 40년 넘게 탐험해왔다.
학창 시절 귀하디귀하던 친구의 시계를 겁 없이 뜯어 보았다 망가뜨린 호기심 많은 소년. 그 소년은 어려운 집안형편 탓에 열일곱 나이에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고 지인의 소개로 시계와 본격적인 연을 맺었다. 제대로 된 교본이나 스승도 없던 시절, 때로는 선배 기술자들의 업신여김을 당하기도 하며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우고 온갖 시계를 분해했다 재조립하며 홀로 기술을 연마해 나갔다. 그리고 그 노력은 빛을 발했다. 전국기능경기대회 금메달 수상! 이후에도 남다른 행적을 보이던 그는 1997년 시계수리 분야 최초로 대한민국 명장의 자리에 오른다.
수리가 불가능해 보였던 시계가 ‘마지막 종착지’인 그의 손을 거쳐 새 생명을 얻었을 때, 기뻐하는 시계 주인의 모습을 보며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장성원 씨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요즘 청년들은 너무 빨리 결과물을 얻으려 하는 것 같아. 시계 수리 기술을 배우겠다고 찾아왔다가 채 몇 달도 지나지 않아 나가버리지. 무엇이든 오랜 시간 끈기를 가져야 성공하는데 말야….”
‘더 빠르게’만을 추구하며 사는 우리들에게 수십 년 동안 오로지 기계식 시계와 함께해온 그가 전하는 ‘아날로그’ 교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