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 창업주 가문, 고향 이탈리아 등지는 까닭은

입력 2016-09-0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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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지주회사 엑소르(Exor)가 본사를 이탈리아에서 네덜란드로 이전한다. 사실상 나고자란 고향을 117년 만에 떠나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CNN머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엑소르는 지난 3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약 85%라는 높은 찬성률을 바탕으로 본사를 FCA의 법률적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엑소르는 재무와 법률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본사만 네덜란드로 옮기고 이탈리아 증시 상장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엑소르는 피아트를 창업한 이탈리아의 아그넬리 가문이 운영하는 지주회사다. 1899년 창업주인 지오반니 아그넬리가 세운 피아트를 전신으로 성장해온 가족기업이기도 하다. 산하에는 FCA와 페라리 등 자동차 브랜드는 물론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미국계 재보험사 파트너리 등도 보유하고 있다.

창업주의 외손자이자 엑소르 회장인 존 엘칸(41)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본사) 이전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면서 “엑소르와 계열사들은 지난 5년간 다각화로 큰 혜택을 입었다”고 말했다. 본사의 이전 목적에 대해서는 “그룹의 국제적 위상을 잘 반영하기 위해 더 단순한 기업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고 말하면서 본사 이전의 목적이 세금회피 등 재정상의 이유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CNN머니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엑소르의 본사 이전 결정은 상당 부분이 세금과 같은 재무적, 지배구조 강화 등의 혜택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네덜란드의 법인세율은 25%로 이탈리아(27.5%)보다 낮다. 여기에 10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스티흐팅(Stichting) 제도’가 다국적 기업들에 매력적인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재단’을 뜻하는 스티흐팅 제도는 네덜란드가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이사 한 명만으로도 회사 재단을 설립해 운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해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강화해주는 혜택이 주어진다. 가족기업인 엑소르에 있어서는 엘칸 회장과 그 가족의 경영권이 강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혜택 때문에 스웨덴 가구업체인 이케아도 네덜란드에 재단을 두고 있으며 미국 제약회사인 마일란은 지난해 이 제도를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막아내기도 했다.

엑소르는 이미 재무상, 법률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곳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버뮤다에는 재보험사 파트너리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으며, 상당 지분을 가진 건설장비제조업체 CNH인더스트리얼도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한편 엘칸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엑소르의 사외이사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FCA 계열사 마그네티 마렐리와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우버, 알파벳과도 자율주행차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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