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가 애플에 막대한 세금 추징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아일랜드 내각에서 균열이 일고 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이번 EC의 결정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항의하려고 했으나 내각에서 일부 장관들이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했다. 이날 열린 장시간의 내각 회의에서 일부 장관들은 EC에 항소하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EC 평결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즉 행동에 나서기 전에 법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을 충분히 검토자는 이야기다. 내각 회의에 참석한 캐서린 자폰 아동부 장관은 “이번과 같은 복잡한 사안은 오늘 서둘러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총리실은 2일까지 회의를 휴정하기로 했다.
앞서 EC는 지난달 30일 아일랜드가 애플에 불법적인 세금 감면을 통해 우대해줬다며 130억 유로(약 16조2200억원)를 추징할 것을 결정했다. EU는 회원국이 감세조치 등을 통한 특정 기업에 대해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아일랜드와 애플이 이를 어겼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세금 추징 규모는 당초 아일랜드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컸다. 앞서 아일랜드 정부는 수억유로를 예상했으나 실제 EC가 내린 추징금은 130억 유로에 달했다. 일부 내각 인사들은 “130억이 모든 걸 바꿨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케니 총리와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EC 결정을 거부하며 EU 사법재판소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성명에서 항소 방침에 대해 “아일랜드의 세제가 온전하다는 점을 방어하고 기업들에 세제의 확실성을 제공하고 회원국의 세정 주권에 대한 EU 정부 지원 규정의 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내부에서 이같은 정부 차원의 항소 방침에 대해 신중론이 새어나오면서 만장일치를 기대했던 케니 총리와 누난 장관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고 FT는 지적했다. 케니 정권이 올해 초 재선에 성공한 이후 이번 항소방침에 대해서 내각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현재 아일랜드에서는 EC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 것인지에 갑론을박이 고조되고 있다. 항소 방침에 제동을 건 장관은 즉각적으로 EC에 맞서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맞는 것인지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항소방침에 내각 구성원이 제동을 건 것은 애플에 대한 세금 정책에 케니 행정부가 얼마나 양분됐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또한 아일랜드가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인 애플과 너무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비판에 놓이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