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애플에 대한 세금 철퇴에 아일랜드가 반기를 들었다. 사실상 조세 회피를 둘러싼 EU와 애플의 신경전이 EU와 아일랜드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EU 집행위원회(EC)는 30일(현지시간) 아일랜드가 애플에 130억 유로(약 16조2200억원)의 불법적인 세금 감면을 통해 우대해줬다며 이를 추징할 것을 결정했다. EU는 회원국이 감세조치 등을 통한 특정 기업에 대해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아일랜드와 애플이 이를 어겼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번 추징금은 EC가 명령한 세금 추징 사례 중 사상 최대다. 사실상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에 대한 본보기를 세우겠다는 EC의 의지라는 평가다.
EC는 이날 성명에서 “아일랜드가 애플에 130억 유로에 달하는 세금 혜택을 부여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면서 “이는 아일랜드가 다른 기업보다 애플에 실질적으로 세금을 덜 내도록 허용한 것이기 때문에 EU의 정부 지원 법규를 위반한 것이며 이에 따라 아일랜드는 불법지원을 회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일랜드는 다국적 기업들의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손꼽힌다. 법인세율이 1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으며 미국(최고 35%)과 비교했을 때 3분의 1 수준이다. EC는 지난 3년간 조사 결과 애플이 1991년부터 2015년까지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법인세 감면 특별 혜택을 받았다고 결론 내렸다. 즉 애플이 자회사를 통해 유럽에서 거둬들인 수익을 아일랜드로 옮겨 다른 나라에서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고 아일랜드에서는 극히 낮은 세율의 법인세를 냈다는 이야기다. 특히 애플이 적용받은 실질 세율은 2003년은 1%에서 2014년에는 0.005%까지 떨어졌다고 EC는 지적했다.
애플이 맞은 벌금 철퇴에 당사자인 애플보다 더 발끈한 것은 아일랜드였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날 EC의 결정을 거부하며 EU 사법재판소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일랜드는 애플에만 특혜를 준 것도 아니고 EC가 회원국 고유의 세정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항소 방침에 대해 “아일랜드의 세제가 온전하다는 점을 방어하고 기업들에 세제의 확실성을 제공하고 회원국의 세정 주권에 대한 EU 정부 지원 규정의 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낮은 법인세율로 다국적 기업의 유럽법인을 유치해왔던 아일랜드로서는 이번 조치는 그야말로 ‘발등의 불’이다. 아일랜드는 낮은 법인세율로 약 1000개에 달하는 다국적 기업의 유럽법인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고용창출 효과를 누리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EC의 이번 결정으로 불안감을 느낀 다국적기업들의 엑소더스가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별다른 고유의 이윤창출 산업을 가지지 못한 아일랜드로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일랜드 법에 따라 세금을 모두 냈으며 아일랜드 정부와 함께 EU 법원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