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 앞두고 스스로 목숨 끊어 ‘패닉 상태’… 비상경영 가동에 내부 단속 집중
핵심 참고인의 자살로 롯데그룹의 비리수사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소용돌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전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조사에 이어, 26일에는 그룹 2인자인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었다. 이후 신 회장의 소환까지 급물살을 타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부회장이 검찰 출석을 앞둔 2시간 전 숨진채 발견되어 충격을 줬다.
이날 새벽 이 부회장이 경기도 양평 서종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롯데그룹 수사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그룹의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 빠짐없이 개입했던 인물이다. 롯데의 각종 불법과 오너일가의 비리 의혹을 밝힐 열쇠를 가지고 있는 핵심 인물의 자살로 수사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로 관측됐던 신 회장의 소환도 당분간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수사 과정 중 핵심 인물의 자살 사고가 일어남으로써 압박 수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것으로 보여 검찰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현재 롯데그룹은 그룹의 산증인인 이 부회장의 자살로 현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사 직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이 같은 보도 소식에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그룹의 운명’을 걱정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롯데그룹은 공식적으로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며 경영과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살 소식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라고만 밝히며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특히 롯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밤까지 수사에 대한 준비를 진행하며 이날 아침 소환 조사에 앞서 롯데 법무팀과도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면서 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롯데그룹은 최우선으로 내부 단속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자타공인 롯데그룹 최고 실세인 까닭에 그의 죽음이 롯데그룹 직원들에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그룹을 일궈냈고, 그룹 전반에 대한 총괄관리는 물론 총수 일가와 그룹 대소사까지 챙기는 위치에 있었던 인물이다.
이 부회장의 부재로 롯데그룹은 조만간 비상경영시스템이 가동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2007년부터 롯데그룹 운영 전반을 지휘하는 정책본부 본부장을 맡아 정책본부 산하 운영실, 지원실, 비서실 등 핵심 7개 부서를 거느리며 그룹 대소사를 관장해왔다. 주요 정책 결정이 모두 이 회장의 손을 거쳐야만 진행된 까닭에 그의 부재로 롯데그룹은 경영 측면에서 가장 큰 악재를 만난 것이다.
특히 롯데그룹은 내달 추석 전후로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빨리 분위기를 수습하고 연말께 예정된 서울 잠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권(영업권) 입찰과 호텔롯데 상장 재도전 등을 추진할 방침이였지만, 향방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한편,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이 부회장을 횡령·배임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그룹 계열사간 부당 거래와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배임·횡령 혐의, 롯데건설의 3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