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행들 “수수료 무느니 현금 보관하겠다”...마이너스 금리 부작용

입력 2016-08-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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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후 유럽 시중은행과 보험업계가 수수료를 내지 않고 현금을 보관할 수 있는 복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시중은행의 이러한 행보는 마이너스 금리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4년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ECB는 지난 3월 예금금리를 마이너스(-)0.4%로 추가 인하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일반 가계·기업의 예금이나 대출에 적용되는 게 아니라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돈(예치금)에 적용된다. 유럽 시중은행이 ECB에 돈을 맡길 때는 연 -0.4%의 예치금 금리가 적용돼 시간이 지날수록 원금이 감소한다.

ECB의 마이너스 금리 당초 도입 목적은 은행으로부터 현금 축적 대신 대출을 유도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 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었지만 정작 시중은행들이 막대한 수수료를 피해 현금을 보관하고자 새로운 복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특히 유럽 경제 여건이 악화하면서 ECB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하자 은행들이 벌써 현금 축적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3월 ECB가 마이너스로 금리를 추가 인하한 이후 유럽 시중은행이 19개국 중앙은행에 예치한 자금에 대해 연간 0.4%의 수수료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용은 ECB가 처음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2014년 이후 약 26억4000만 유로(약 3조2708억원)에 달한다.

실제로 일부 은행은 막대한 수수료를 피해 현금을 축적하는 방안으로 중앙은행에 예치하던 돈을 전자화폐로 전환하고 있다고 FT는 소개했다.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뮌헨리의 경우 수천만 유로의 현금을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 뮌헨리는 해당 현금을 합리적인 비용 선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2대 은행인 코메르츠방크를 비롯한 일부 독일 시중은행도 해당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FT는 이런 방식들이 다른 시중은행 사이에서도 확산될 경우 향후 ECB가 추가 금리인하에 나서도 대출 유도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행히 시중은행이 마련한 복안들이 상당한 비용과 리스크가 발생해 이러한 방안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다고 FT는 설명했다.

중앙은행에 맡겨두는 예치금을 현찰로 찾아 운송 트럭이나 금고 등에 현금을 쌓아두는 방법은 액면금액이 높은 유로나 스위스 프랑 지폐로 대량 인출하면 운송비용이 저렴해진다. 그만큼 큰 액수의 돈을 작은 부피로 보관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ECB가 2018년부터 고액권인 500유로 화폐 발행을 중단해 앞으로 최고액권이 200유로가 돼 금고를 차지하는 부피는 그만큼 늘어나 보관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200유로권이어도 금고의 공간적 여유는 충분하다고 설명하지만, 은행강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뒤따르게 된다.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으로 인한 현금 손실 리스크도 있다. 이러한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보험에 가입한다면 보험비가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금 보관에 대한 보험 비용이 아마도 보관 현금의 0.5~1%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현재 ECB에 지불하는 수수료율이자 예치금 금리인 0.4%보다 높다. 다만 스위스중앙은행 마이너스(-) 기준금리인 0.75%와는 비슷하다.

유럽 각국 중앙은행들로부터 현금을 대규모로 보관하는 것에 대해 승인을 받는 것도 문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시중은행들은 중앙은행에 맡긴 현금을 지폐 형태로 보관하려고 한다면 우선 해당 국가 중앙은행에 접촉해야 한다. 그러나 여러 은행이 동시에 현금 보관을 결정한다면 지폐 유통량이 급증하게 돼 중앙은행이 이를 쉽사리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현재 유로 지폐 유통량은 1조870억 유로에 달한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인출을 요구할 수 있는 금액 9881억 유로와 거의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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