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물량 풀리지 않아 목표보다 부족하게 매입…10년물·30년물 국채 금리 사상 최저치 찍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를 매입하려 해도 시장에서 구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영란은행이 지난주 경기부양책 발표 이후 자산 매입에 나선 이틀째인 9일(현지시간) 11억7000만 파운드(약 1조6786억 원)의 15년물 국채 매입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영란은행이 이날 매입한 물량은 11억2000만 파운드에 그쳤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 충격에 대응하고자 영란은행은 지난주 통화정책회의에서 포괄적인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25%로 인하하고 국채 매입 규모를 기존 3750억 파운드에서 4350억 파운드로 600억 파운드 확대했으며 100억 파운드 규모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영란은행이 자산 매입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것은 지난 2009년 양적완화를 실시한 이후 처음이다. 이 여파로 시장금리 기준이 되는 10년물 금리는 사상 최저치인 0.56%까지 곤두박질쳤다. 30년물 금리도 장중 1.36%로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영란은행 관리들은 “물량 부족분이 적고 휴가철이어서 거래량도 작았다”며 “우리는 목표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영란은행은 10일 오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성명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연기금과 보험사들이 영국 국채를 꼭 쥐고 매각할 의향을 보이지 않아 영란은행이 양적완화 시행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할지 의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대런 버스틴 로열런던자산운용 파생상품 부문 대표는 “영란은행은 시장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지불해 그나마 매입 부족분이 5000만 파운드에 그쳤다”며 “단기적으로 영란은행이 양적완화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기금들이 관심을 덜 가치는 국채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책으로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영란은행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금리를 미래 연금이나 보험료 지급 채무 산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연기금과 보험사들이 금리가 비교적 높은 장기 국채를 매각할 의향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대신 이들 기관은 금리가 낮은 단기 국채 매각에는 적극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실제로 전날 실시된 첫 번째 국채 매입 라운드에서 기관들은 앞다퉈 3년물과 7년물 국채 물량을 내놓아 영란은행 목표치 11억7000만 파운드 대비 매각 물량 비율은 3.63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