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따라 대상 기업들의 총 여신(대출)액이 대폭 확대됐다. 총 규모가 19조 원을 상회해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미 전년도에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쌓았던 은행권엔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 수 소폭 감소… 전체 규모는 확대 = 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6년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구조조정 대상업체의 자산규모는 24조4000억 원이다. 이는 전년보다 130.2% 증가한 규모다.
전체 신용공여액은 19조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조4000억 원(174.6%) 증가했다.
금감원 장복섭 신용감독국장은 "대형 조선·해운사 등 주요 업체들이 구조조정 대상에 선정돼 총자산 규모와 신용공여액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대상 기업 수는 지난해 35개에서 32개로 감소했다. 이 중 C등급(워크아웃 대상)은 13개, D등급(법정관리 대상)은 19개다.
이번 정기평가는 신기촉법 제정 이후 첫 구조조정 기업 선정으로 해당 기업이 이의제기를 통해 다시 재검토 작업이 진행된다.
예컨대 2개 기업이 주채권은행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하는 등의 이의제기를 통해 최종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업종별로는 조선·건설·해운·철강·석유화학 등 취약업종 기업(17개)이 구조조정대상 절반 이상(53%)을 차지했고, 전자업종은 2개년 연속 5개 이상 구조조정대상으로 선정됨에 따라 산업리스크 등을 고려해 밀착 모니터링 될 예정이다.
부실징후 가능성이 있는 업체로서 채권은행의 금융지원 없이도 자체 자구계획을 통해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26개사에 대해서는 자구계획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관리한다.
26개사가 제출한 자구계획을 위한 여유자금 확보 수준은 약 1조3000억 원이며, 부동산 등 자산매각이 약 1조 원으로 대부분(77%)을 차지했다.
◇조선 빅 3사 정상기업 분류로 논란 = 이번 평가에선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 3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졌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장복섭 국장은 “등급 분류는 전적으로 채권은행들이 정하는 것으로 이미 특별한 자구계획이 진행하고 있어서라고 본다”며 “그럼에도 위험성 부분에서 예의주시할 필요성은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빅 3사의 자구계획안과 향후 수주 예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건부 B등급으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위기 상항엔 대주주 지원 가능성이 있고, 현재상황도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주주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고, 구조조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현 경영진의 회계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은 현재 1조 원 규모의 자금이 묶인 해양플랜트 인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다음 달 4000억 원의 기업어음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어서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은행권 영향은 크지 않을 듯 = 금감원은 이번 평가에선 은행권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반기 대부분의 은행들이 구조조정 대상업체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상당 부분 반영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대상 업체들에 대한 은행들의 충당금적립액은 약 3조8000억 원 수준이다.
권역별 추가적립액은 은행 약 2300억 원 저축은행 약 160억 원이다.
다만 조선 빅3사의 구조조정 진행과정과 해운 2사(한진해운·현대상선) 등의 상황이 향후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한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은 최근까지도 용선료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캐나다 선사인 시스팬(Seaspan)이 용선료 인하에 대해 완강한 거부입장을 밝히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은행권에선 충당금 규모가 실적을 가르는 중요 변수로 자리잡았다. 순이자마진(NIM)과 수수료수익 상승이 한계치에 도달해 손실 비용을 줄여 실적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다.
상반기 KB금융지주가 충당금을 전년(4586억 원)보다 31.6% 감소해 2012년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1조 원대 순이익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