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의 비밀] ②구글에서 창업하라… ‘AREA 120’

입력 2016-08-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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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자율주행차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구글 캠퍼스 인근에서 도로주행 테스트를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AP 뉴시스

“20% 타임룰 제약” 핵심인력 잇단 퇴사

“유출 막아라” 풀타임 벤처 시스템 전환

사업계획 인정받으면 사내서 창업 가능

자율주행차·로봇 등 혁신제품 개발중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잉그레스’와 ‘포켓몬GO’를 연이어 성공시킨 나이언틱은 지난해 구글에서 독립했지만 엄연히 구글의 DNA가 흐르고 있다. 이 회사의 모태는 구글의 사내 벤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른 바 구글의 사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는 우여곡절을 겪다가 최근들어서야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구글은 창사 이래 가장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알파벳’ 산하에 구글 등 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분할하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거대한 변화에 앞서 구글은 내부적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이 2014년 10월에 갑자기 회사를 떠나면서 그가 담당하던 구글의 핵심 사업인 로봇 개발 프로젝트가 구심점을 잃은 것이다.

루빈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매직을 거쳐 아르테미스리서치와 데인저, 안드로이드를 설립하는 등 운영체제(OS)에 있어선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그는 안드로이드가 구글에 인수된 후 안드로이드 부문을 총괄하다가 로봇 부문을 이끌었다. 이 로봇 부문은 루빈이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직접 설득해 만든 사내 벤처였다. 당시 구글은 일본 도쿄대학에서 로봇벤처인 SCHAFT와 보스턴다이나믹스 등 여러 기업을 인수하는 등 로봇 부문에 많은 투자를 하던 와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루빈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설립하겠다며 갑자기 퇴사를 발표했다. 그 1년 전 부사장 휴고 바라가 중국 샤오미의 글로벌 사업부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충격을 받은 터에 루빈까지 떠나게 되자 구글에는 또 한번의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루빈이 지휘하던 로봇 개발 부서는 갑작스러운 리더십 부재로 사기가 꺾였고, 사업은 표류했다. 구글은 루빈의 후임으로 카네기멜론대 교수였던 제임스 카프너를 로봇 개발 책임자로 영입했으나 그가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인공지능(AI) 개발회사 ‘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TRI)’ 멤버로 자리를 옮기면서 로봇 개발 부문 책임자 자리는 다시 공석이 됐다. 그로부터 수개월 뒤 루빈은 하드웨어 시스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을 설립했다.

핵심 인력이 줄줄이 빠져나가자 구글은 인적 자원의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계기로 구글은 개발과 투자 부문으로 크게 나뉘었다. 지주회사 알파벳을 중심으로 산하에는 검색 및 광고 등을 담당하는 구글을 비롯해 각종 첨단 기술 연구를 진행하는 ‘구글X’, 스마트홈 관련 ‘네스트’, 바이오헬스케어 ‘칼리코’와 같은 사업 부문이 포함됐다. SCHAFT와 보스턴다이나믹스 등의 인수에도 부진을 겪던 로봇 개발 부문은 구글X로 이관, 노키아 출신의 한스 페터 브론드모를 책임자로 내세워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지주회사 전환 후 구글X는 과감한 연구 프로젝트 수행뿐 아니라 유망한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강화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 올 4월 발표한 사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AREA 120’이다. 이전까지 구글은 직원들이 근무시간의 20%만 신규 프로젝트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했다. 나이언틱의 구글 스트리트뷰, 구글맵스, 그리고 지메일도 이 ‘20% time rule’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다. 그러나 시간적 제약 때문에 자유롭게 개발에 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핵심 인재들이 줄줄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루빈도 이 중 한 사람이었다.

사내에서도 이와 관련한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구글은 AREA 120 구상을 발표하고, 특별 프로젝트에 풀타임으로 임할 수 있게 방침을 바꿨다. AREA 120에 참여하려면 사업 계획을 제출해 회사로부터 진행해도 된다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 특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직원은 관련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거나 구글 산하에 기업을 설립할 수도 있다.

현재 구글X에서는 자율주행차(구글 드라이버리스카)와 로봇(리플리컨트), 풍선을 이용한 공중 인터넷 연결(프로젝트 룬), 드론을 통한 배송(프로젝트 윙), 연을 이용한 상공에서의 풍력발전(마카니) 등 기발한 상상들을 현실로 바꾸는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이는 모두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 창의와 혁신의 산물. 가상과 현실 세계를 이어주는 문 ‘잉그레스’와 ‘포켓몬GO’를 개발한 나이언틱도 예외는 아니다. 구글은 사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통해 내부 단속과 자체 DNA 확산에 시동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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