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아베 정권’서 밀려난 고이케, ‘유리천장’ 깨고 첫 여성 도쿄도지사 당선

입력 2016-08-0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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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치 무대에 여성 정치인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가운데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치러진 일본 수도 도쿄도(東京都) 지사 선거에서 유리 천장을 깨고 여성후보가 처음으로 당선됐다.

1일 NHK와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도지사 선거 개표를 완료한 결과 무소속 고이케 유리코(64)가 291만2628표(득표율 44.5%)를 얻어 경쟁 후보들과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지원을 받은 마스다 히로야(65) 전 총무상은 179만3453표(27.4%), 민진·공산·사민·생활당 등 4개 야당의 단일 후보로 출마한 도리고에 타로(76)는 134만6103표(20.6%)를 얻는 데 그쳤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임자인 마스조에 요이치 전 지사가 정치자금 유용 문제로 도중하차하면서 2020 도쿄 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생기자 아베 신조 정권이 지지하는 후보가 아닌 무소속인 고이케 후보가 승리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고이케는 이날밤 자신의 당선이 확정되자 “정당을 넘어 새로운 도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면서 “새 도지사로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도정에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로써 고이케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도쿄도지사를 선거로 뽑기 시작한 1947년 이후 69년 만에 처음 탄생한 여성 도쿄도지사가 된다. 일본에서 여성이 광역자치단체의 지사로 선출된 것은 2000년에 오사카부지사에 당선된 오타 후사에 이후 7번째로 현역으로는 다카하시 하루미 홋카이도지사와 요시무라 미에코 야마가타현 지사에 이어 3번째다.

고이케는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 출마 당시 자신이 오랜 기간 몸담았던 자민당의 지지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무소속으로 출마, 여권의 지지를 받은 후보를 가볍게 누르고 당선됐다. 고이케 압승은 아베 정권에는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당장 2020년 도쿄 올림픽 준비에서 중앙정부와 도쿄시가 부딪힐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사히 신문은 아베 정부가 올림픽 개최 준비와 관련해 도쿄도지사와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 많지만 양측의 거리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이케 당선자는 이집트 카이로 대학 졸업 이후 아랍어 통역자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이후 방송기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영어와 아랍어 모두 유창하다. 그는 1992년 참의원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한 이후 중의원 8선을 기록한 중견 정치인이다. 2007년 아베 1차 내각 당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방위상에 올라 아베 정권의 주류 인물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2년 아베 2차 내각 출범 직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의 경쟁자 편에 서면서 아베 정권 주류에서 밀려나게 됐다.

한편 고이케 당선자는 선거 운동 기간 중 전임자 마스조에 지사가 도쿄 신주쿠의 구(舊) 도립고교 부지에 제2 한국학교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유상대여하기로 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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