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 대선] 클린턴,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 이번엔 깰까

입력 2016-07-2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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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다.”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에게 패하고 경선 레이스를 접으면서 힐러리 클린턴이 분통해하며 한 말이다. 당시 그는 “다음에는 그 길이 조금 쉬워질 것이라는 희망과 확신이 생겼다”는 말도 남겼다.

8년이 지난 지금, 클린턴은 그때의 그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부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주요 정당의 첫 여성 대통령 후보로서 미국 역사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긴 것이다. 미국에서 여성이 참정권을 획득한 지 96년. 클린턴은 유리천장의 가장 높이 있는 마지막 한 장의 유리를 깨기 위한 도전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기성 정치의 상징으로서 아웃사이더로서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도널드 트럼프와 본선에서 대결을 펼친다. 남편이자 전 미국 대통령인 빌 클린턴은 전당대회 둘째날인 26일 찬조 연설에서 “힐러리는 전 세계 여성의 권익 확대를 위해 일했다. 힘을 빌려달라”고 호소했다.

셋째날인 27일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무대에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만큼 미국 대통령에 적임자인 사람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지금까지 없었다”며 클린턴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 이날은 특히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오바마가 기조연설을 한 지 꼭 12년째 되는 날이었다. 오바마는 대통령으로서 세계적인 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해 언급하면서 “힐러리는 그런 결정에 관여해온 사람이며, 위기 중에도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정신을 차리고 누구나 존중해 대우해줬다”고 치켜세웠다. 연설을 마친 뒤에는 예고 없이 무대에 오른 클린턴과 포옹하며 지지자들에게 일체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여기저기서 감동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여성 참정권 획득 직후 태어났다는 한 여성 대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날이 올 때까지 살아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앞서 클린턴도 영상을 통해 “우리는 유리천장에 가장 큰 금을 냈다”며 첫 여성 대통령 후보 탄생에 대한 역사적 의의를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HISTORY(역사)’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일제히 내걸고 클린턴을 연호했다. 이날은 여성 최초의 미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도 연단에 서서 클린턴에 대해 “인권과 여성의 권리를 위해 용감하게 일어섰다”고 칭찬했다.

미국에서 최초의 여성 상원의원이 탄생한 건 1932년. 이후 미국의 여성들은 유리천장을 하나씩 부수어왔다. 1981년 산드라 오코너가 최초의 여성 연방 대법원 판사로 취임했고, 1984년에는 민주당의 제랄딘 페라로가 민주·공화 양대 정당 최초의 여성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2007년에는 낸시 펠로시가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에 선출, 2014년에는 재닛 옐런이 최초의 여성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에 취임했다. 그 사이 다른 나라에서는 여성 지도자가 잇따라 탄생했지만 미국에서는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2008년 대선에서 클린턴은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지만 오바마에 패했다.

미국 럿거스대 미국 여성정치센터 데비 월시 소장은 “클린턴의 대선 후보 지명은 여성에게 모든 문이 열려 있다는 걸 젊은 여성과 소녀에 전하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한편 “이번 대선은 심하게 추악한 싸움이 예상되는데, 이것이 역으로 정계에 출마하려는 여성들에게 거리낌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월시 소장은 “흑인 최초의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해서 인종 차별이 없어진 건 아니다. 여성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인종이나 성 차별, 편견을 없애려면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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