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한달] ② 영국 우량자산에 몰리는 글로벌머니

입력 2016-07-25 15:26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은 우려와 달리 영국에 의외의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영국 통화인 파운드화 약세를 배경으로 영국 기업과 부동산 등에 해외 자금이 대거 유입, 침체된 경제에 되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모바일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홀딩스를 240억 파운드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아시아 기업의 영국 기업 인수액으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다. 반도체 업계 인수·합병(M&A)으로도 역대 2위 규모다. 그럼에도 파운드화 약세 덕분에 시세보다 싸게 인수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파운드화 가치는 영국의 EU 탈퇴, 이른 바 브렉시트(Brexit) 찬반 국민투표 이후 달러에 대해 한때 15%, 엔화에 대해서는 20% 하락했다. 한 투자회사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1년 전에 비하면 암을 25% 이상 싸게 인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브렉시트 리스크나 그에 따른 파운드화 가치 하락 등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으나 어쨌든 파운드화 약세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중동 항공사인 카타르항공은 지난 12일 영국 항공사인 브리티시에어웨이 등을 산하에 둔 인터내셔널 에어라인스 그룹(IAG)의 지분율을 15.67%로 높였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 지분율을 더 높일 계획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영국 부동산 시장에도 해외 자금 유입이 활발하다. 영국 부동산은 글로벌 기업들이 EU 본부를 역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검토하면서 시세가 계속 떨어질 조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해외 투자자들은 런던 중심부의 비싼 상업용 부동산을 저렴한 값에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은행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지난 15일 애버딘자산운용으로부터 런던 상업시설과 사무실용 건물을 1억2400만 파운드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영국 국민투표 이후 부동산 시황 악화에 대한 우려로 부동산 펀드의 환매 중단이 잇따랐고, 애버딘은 환매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매각 가격을 대폭 낮춰 내놨다.

중국 부동산 재벌 다롄완다그룹은 산하 미국 영화관 체인인 AMC를 내세워 영국 영화관 체인인 오데온&UCI 시네마스그룹을 5억 파운드에 인수했다.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세기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를 잡은 것이다.

영국의 EU 탈퇴 결정이 세계 경제의 앞날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처럼 새로운 투자 기회를 낳고 있다. 금융 완화에 대한 기대를 배경으로 세계적으로 주가가 오르고, 파운드화 약세로 영국 자산의 매력을 상대적으로 높이고 있다. 영국 대표적 기업으로 구성된 FTSE100지수는 국민투표 전에 비해 약 6%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영국 경제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억제하는 완충재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한달 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