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딜러는 현지 생산차 또는 수입차 중 한 종류만 판매 가능…“현대차, 중국 생산 늘리면 판매 감소” 주장
중국 내 현대차 딜러 30여 명은 현대차의 생산정책 변경으로 인해 판매가 줄어드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며 약 9억 위안(약 1538억 원)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 공인 딜러들은 현지에서 생산된 차나 한국에서 수입된 차 중 한 종류만 팔 수 있다. 둘 다 판매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중국 내 생산을 더 늘리겠다고 정책을 바꾸면서 판매 감소 등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딜러들의 주장이다.
딜러 대표인 왕룽전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현대차에서 수입한 차량의 판매 대수는 7000대에 불과하다. 2011년의 3만7370대에서 크게 줄었다”며 “그런데도 현대차는 수입 물량을 올해 2000대 더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회사 정책으로 인해 많은 수입차 딜러들이 매장 문을 닫고 있다. 현재 현대 수입차 딜러는 약 40명인데 이는 지난 3년 새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우옌빙 현대차 중국법인 대변인은 현지에서 수입차 판매가 줄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딜러들의 보상 요구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며 “건전한 딜러망은 우리 전략의 하나이며 우리도 딜러들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현대차 중국법인과 딜러 간 갈등에 대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 중국의 경기 둔화로 냉각되면서 딜러와 자동차업체 사이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독일차 BMW의 딜러들은 2014년 말, 회사의 판매 목표 달성 강요에 반발해 50억 위안의 보조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BMW는 당시 판매 목표를 낮추고 보조금을 일부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정부도 자국 딜러들 편을 들어주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월, 완성차업체가 공인 딜러들에 부과하는 판매 목표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우옌빙 현대차 중국법인 대변인은 “수요가 줄면서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줄고 있다”며 “중국 내 생산을 늘리는 건 시장에서 좀 더 경쟁력을 갖추려는 의도다. 수입차는 중국에서 무거운 관세를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중국 판매는 약 52만27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수요 둔화와 경쟁 격화로 중국 내 자동차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가운데, 재고는 지난달에 작년 11월 이후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