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생전 퇴위 의향…일본 왕실제도 대폭 개정되나

입력 2016-07-1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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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왕이 생전 퇴위 의향을 밝히면서 일본의 왕위 계승 순위 등 왕실 제도와 구성 등을 정한 왕실전범이 대폭 개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일본 현행 헌법 아래서 처음 즉위한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에 퇴위하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혔다고 13일 보도했다. NHK에 따르면 궁내청 관계자는 올해 만 82세인 일왕이 ‘살아있는 동안 왕위를 왕세자에게 물려주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아키히토 일왕의 이런 의향은 미치코 왕비와 장남인 나루히토 왕세자, 차남 아키시노노미야 왕자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키히토 일왕의 의향이 받아들여질 경우, 나루히토 왕세자가 왕위를 물려받게 된다.

일본 정부는 일왕의 생전 퇴위 의향에 따라 이것이 공표되는 대로 왕위 계승 등을 정한 왕실전범 개정과 새로운 법률 제정을 위한 검토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왕실전범은 일본 헌법에 정해진 것으로, 왕위 계승 및 왕족의 신분 등을 정한 법률이다. ‘왕위는 세습되며, 국회가 의결한 왕실전범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계승된다’는 게 골자다. 일왕이 별세할 경우 왕세자가 즉위하며, 일왕이 중병이나 사고 등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섭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일왕은 사실상 종신직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전 퇴위에 관한 규정은 없다. 또한 왕실전범에는 왕위 계승자의 성별도 정하지 않고 있다. 아버지로부터 왕실 혈통을 물려받은 남성인 ‘남계남자(男系男子)’만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한정, 어머니로부터 왕족의 피를 이어받거나 여성인 경우는 왕이 될 수 없도록 했다. 현재 나루히토 왕세자와 마사코 황태자비는 슬하에 자녀로 도시노미야 아이코 공주가 유일한데, 현 왕실전범 상 아이코 공주는 왕위를 물려받을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이런 상황들을 감안해 전문가들의 견해와 여론 동향을 예의주시해 논의할 방침이다. 왕실전범 개정과 관련해서는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시절에도 한 차례 논의된 바 있다. 당시 고이즈미 정부는 전문가 회의를 설치하고 2005년에 여성·모계 일왕을 인정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일본 정부는 이 사례를 참고해 왕실전범 개정에 착수할 것으로 보이며, 정부 내에 설치된 내각 관방의 왕실전범 개정 준비실이 이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본 왕실에 관련된 사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은 일왕의 뜻에 따라 생전에 퇴위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퇴위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부 내에서는 왕실전범 개정과는 별도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14일 오전 하네다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안의 특성상 언급을 자제하겠다”고 말했고, 스가 요시히데 관방 장관 역시 기자회견에서 말을 아끼면서도 “왕족 감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스기타 가즈히로 관방 부장관 휘하에 내각 관방의 왕실전범 개정 준비실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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