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 바 ‘브렉시트(Brexit)’의 충격파가 영국 부동산 시장을 강타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대규모 자금 이탈 조짐이 일어나면서 영국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영국 대형 보험사인 프루덴셜 산하 자산운용사 M&G 인베스트먼트는 5일(현지시간) 44억 파운드(약 6조61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 환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 업체가 운용한 부동산 펀드는 영국 내 최대 규모의 부동산 펀드였다. 같은 날 보험회사 아비바도 18억 파운드 규모의 부동산 펀드에 대해 환매 중단 조치를 취했다. 전날 29억 파운드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운용했던 스탠더드라이프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틀새 3대 부동산 펀드에 있던 91억 파운드의 자금이 묶이게 된 셈이다. 브렉시트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급증했다. 이들 펀드 운용사들의 수익률은 아직 안정적이지만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환매에 나선 탓이다.
문제는 다른 부동산 펀드 사이에서도 환매 중단 조치가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펀드들이 빌딩 매각에 나서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 몰락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자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애널리스트 레이스 칼라프는 블룸버그통신에 “영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도미노가 쓰러지기 시작했다”고 경종을 울렸다.
업계에서는 런던의 업무용 부동산 가격이 브렉시트 이후 3년 안에 최대 20%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부동산 펀드에서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가 잇따르고 있다. 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5월 한 달에만 영국 개인 투자자가 부동산 펀드에서 빼낸 자금은 3억6000만 파운드에 달했다.
부동산 펀드런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 듯 이날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달 24일 브렉시트 결정 이후 다시 31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날 런던 증시에서 아비바와 스탠더드 등 부동산 관련주는 3~7%대 급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