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하반기 분양시장이 마냥 어둡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중도금대출 규제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분양시장에서 악재로만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중도금 대출 보증요건 강화책을 이달 1일부터 시행했다. 7월 1일 이후 모집공고를 낸 단지를 기준으로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 중 1인당 보증건수를 2건으로 제한하고 1인당 보증한도는 수도권 및 광역시 6억원, 지방은 3억원으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분양시장에서 중도금 대출은 수요자들의 자금조달과 연결되는 만큼 돈줄을 막을 경우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기존주택 시장보다 그나마 불씨가 살아있는 분양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브렉시트 역시 수요자와 투자자들의 심리적 위축을 가져와 부동산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건 마찬가지다.
여기다 미분양물량까지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하반기 분양시장의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5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 5456가구로 전월 5만 3816가구보다 3.1% 증가했다. 두 달 연속 감소했던 미분양 물량이 3개월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올해 하반기 전국에는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인 21만 2828가구가 쏟아질 전망이다.수도권은 상반기보다 7.4% 늘어난 11만 4878가구가 공급된다. 특히 이달 신규 분양물량은 4만여 가구로 계절적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물량이 쏟아진다. 미분양 증가추세가 지속된다면 이같은 공급은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팀장은 "대출규제와 브랙시트로 하반기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의 매수심리 위축과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급격한 냉각을 부추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악재로만 여겨지는 요인들이 호재로 바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브렉시트로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데다 중도금 대출로 소외지역이나 다름없던 비강남권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중도금 대출 규제로 강남 재건축 시장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올 초 분양한 신반포자이의 경우 전 타입이 10억원 이상이었고, 지난달 강남 개포지구에서 분양한 래미안 루체하임은 모든 주택형이 9억원을 초과했다.
중도금 대출 규제가 사실상 강남 재건축시장을 겨냥한 조치인 만큼 틈새시장을 만들어 비강남권으로의 풍선효과를 만들고 수요자를 이동시킬 가능성이 커진다는 전망이다.
또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지난달에 이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1~2차례 더 단행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데다 집단대출 규제강화 등 가계부채에 대한 미시적 조치로 추가 금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하 시점은 오는 9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은 "브렉시트 영향이 제한적인데다 금리인하 가능성이 확대돼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금리인하는 직접적인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거래활성화와 자금 유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위축된 시장을 완화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