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모터스에 잇단 악재가 불어닥치면서 탄탄대로를 걷던 ‘아이언맨’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곤욕을 치르게 됐다. 자율주행 중 첫 사망사고에 이어 실적까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회사 성장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테슬라는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올해 2분기 전기자동차 출하 대수가 1만4370만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모델별로는 ‘모델S’가 9745대, ‘모델X’가 4625대였다. 이는 당초 회사 목표치였던 1만7000대를 20% 밑도는 것이다. 특히 분기 기준으로는 지난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목표 미달이다. 지난 1분기에는 1만4820대를 출하, 이 역시 회사 목표치(1만6000대)를 밑돌았다. 테슬라는 올해 2분기 생산량을 급격하게 늘리면서 출하량이 예상보다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5만대를 팔았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5만대 출하를 목표로 잡았다. 올해 연간 목표는 총 8~9만대였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이 예상에 못 미치면서 연간 목표달성도 불투명해지게 됐다. 특히 생산량을 대폭 늘리려고 증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사는 오는 2018년까지 캘리포니아 프레몬트 공장의 생산능력을 연간 5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회사의 악재는 실적 부진 뿐만이 아니다. 최근 테슬라 차량으로 자율주행 중 사망사고가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커지게 됐다. 지난 5월 7일 플로리다 주 윌리스턴 고속도로 교차로에서 자율주행 모드였던 모델S가 트레일러 트럭 옆면 바닥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충격으로 테슬라 차체 윗부분 3분의 1가량이 찢겨 나갔으며 탑승해있던 40세 운전자는 목숨을 잃었다. 테슬라는 사고 당시 하늘이 매우 밝아 운전자나 자동주행 센서가 하얗게 칠해진 트레일러 옆면을 하늘과 구분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1일, 해당 차량 운전자가 자율주행 모드 중 ‘해리포터’ 영화를 보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즉 운전자가 운전을 온전히 자율주행 모드에 맡기고 영화를 봤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증언이 사실이라면 사고 원인이 테슬라 차의 자율주행 기술 결함보다는 해당 사고가 운전자 과실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미국 현행법 상 자율주행 장치가 가동되고 있다고 해도 운전자는 운전대에 손을 올려놓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증언과 상관없이 이번 사고로 자율주행차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회사의 판매 목표 달성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약 7만대의 테슬라 차량에 자율주행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이번 자율주행차 사고는 혁신의 대명사로 찬사를 받아왔던 머스크에 대해서도 재평가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 4월 모델S의 절반 가격인 3만5000달러의 ‘모델3’를 공개, 40만대 선주문을 받으며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최근 자신이 세운 태양에너지 회사 솔라시티를 테슬라의 자회사로 편입하겠다는 구상을 밝혀 역풍을 맞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