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원금 상한액 6만원으로 상향…물량팀도 체당금 혜택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량실업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 첫 사례로 지정한다. 다만 고용유지 여력이 있고 노사의 자구노력이 미흡하다는 판단에 현대중공업그룹계열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는 제외하기로 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이후 중소 조선업 및 하청ㆍ기자체 업체 등 7800여 개 기업은 다음 달 1일부터 1년간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4대보험료 징수 유예, 물량팀 체당금 제도 적용 등 정부의 고용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30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제2차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와 제45차 ‘고용정책심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조선업 구조조정 대응 고용지원 대책’을 확정ㆍ발표했다.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첫 지정…중소ㆍ협력업체만 지원 = 정부는 구조조정으로 하반기부터 대규모 인력감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 고용유지 여력이 취약한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실직, 임금체불, 재취업에 대한 체계적ㆍ맞춤형 고용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여기엔 조건이 붙었다. 현대미포, 현대삼호를 포함한 현대중공업그룹계열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3사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들 3사가 상대적으로 물량이 많이 남아 있어 일정기간 고용유지 여력이 있으며 법정관리, 자율협약 등을 진행 중인 중소 조선사들에 비해 경영상황도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고 판단했다.
또 빅3 업체의 경우 일차적으로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고용조정을 추진할 계획이고, 자구계획과 관련한 인력조정방안이 아직 당사자 간에 구체화되지 않아 고용조정이 임박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봤다. 특히 직무ㆍ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단축 등 노사의 자구노력 의지가 미흡하다는 점도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내 대형 3사 원청의 경영ㆍ고용상황과 인력구조조정 전망, 노사의 자구계획 이행 의지와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선박 및 보트건조 등 조선업 사업장 6500여 개와 11개 주요 조선사의 사내협력업체 1000여 개, 조선 전업률 50% 이상인 기자재업체 400여 개 등 약 7800여 개 기업이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또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조선업과 관련됨을 입증한 기업도 해당된다.
◇특별연장급여 지급 유보…고용유지지원금 상한액 6만 원으로 구체적인 지원내역을 살펴보면 우선 특별연장급여 지급은 유보하기로 했다. 조선업종의 실업급여 지급자 비율이 3개월 연속 3%를 초과하지 않았고 이직자의 구직급여 수급 중 재취업률이 58.7%로 현재까지는 평균 재취업률 비해 높은 점 등이 감안된 결과다.
하지만 고용유지지원금은 1일 지급액 상한액이 현재 4만3000원에서 6만 원으로 인상되고 신규채용이나 고용조정이 있더라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재고량 50% 증가, 생산량․매출액 15% 감소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지원대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휴업할 경우 사업주 부담에 대한 지원수준을 중소기업은 휴업ㆍ휴직수당 등의 3분의 2에서 4분의 3으로, 대기업은 2분의 1에서 3분의 2로 상향조정한다.
특별고용업종으로 지정되면 고용ㆍ산재보험료의 납부기한을 연장해주고, 모든 사회보험과 장애인 의무고용 부담금에 대한 체납처분 집행도 미뤄진다. 지방세 납부기한도 늘어나며 조선업종이 밀집된 부산ㆍ울산ㆍ경남ㆍ전남 지역에 한해 징수도 유예하기로 했다.
경기회복에 대비해 숙련된 인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업주 대상 훈련비용 지원 한도액은 현재 납부보험료의 100%에서 130%(우선지원대상 기업은 240→300%)로 높아진다. 특히 유급훈련일 경우 중소기업은 최저임금의 150%, 대기업 100%까지 인건비를 지원한다.
◇물량팀에도 체당금 제도 적용…취업성공패키지에 조선업 실직자 포함 = 근로자 생활안정 차원에서는 최대 100만 원 한도 내에서 임금체불 발생 시, 근로자에게 생계비를 융자해주고 저소득근로자에게는 임금감소생계비, 의료비, 혼례ㆍ장례비 등 생활안정자금도 빌려준다.
단기고용이 많은 조선업 특성을 고려해 체불임금을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체당금 제도는 ‘물량팀’(외부 용역업체) 근로자까지 확대한다. 체불 피해 근로자에 최종 3개월분의 임금과 최종 3년간의 퇴직금도 지급한다. 이와 함께 현재 10인 미상 사업장 소속 근로자도 체당금 청구 시 국선노무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고용보험 미가입 근로자의 경우, 오는 9월 8일까지 특별신고기간을 운영해 근로자로 일했던 사실이 입증되면 가입조치 후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조치도 취해진다. 신고기간 중 자진신고 시 지연신고 등에 따른 과태료(1인당 3만 원)가 면제된다.
아울러 장기 직업훈련 참여자 중 취약계층에게 생계비(월 100만 원, 최대 1000만 원)를 빌려주고
구직급여 수급자가 국민연금 보험료 계속 납부를 원할 경우, 보험료의 75%를 최대 1년간 지원해준다. 조선업 1년 이상 종사한 실직자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을 실직 후 최대 2년간 유지하고 보험료의 50%(본인부담분)만 납부가 가능해진다.
맞춤형 재취업 지원사격에도 나선다. 직업훈련을 통한 전직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취업성공패키지에 조선업 실직자를 포함한다. 50세 이상 장년층에 인턴 기회를 제공하는 ‘장년인턴제’ 규모는 3000명 확대한다.
주택 건설, 산업단지 조성 등 조선업 실직자를 흡수할 대체일감 사업도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지방국토청 등 주요 공공 발주기관에 신규사업 시행 시 조선업 실직자를 우선 고용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한국수력워자력과 발전5사 발주공사 입찰 시 조선업 실직자를 채용하는 발주업체에 가점을 부여하고 장년인턴제, 취업성공패키지Ⅱ 등을 이수한 실직자를 고용할 지원금도 지급한다.
아울러 체불임금의 신속한 청산 지원을 위해 조선업 밀집지역에 근로감독관을 추가 배치하고, ‘체불임금 청산지원 협의체’를 운영해 10인 이상 집단체불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