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후폭풍] ② 영국 독립기념일? EU 회의파의 상처뿐인 승리

입력 2016-06-24 16:18수정 2016-06-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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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총리 사임 불가피ㆍ분열된 민심 봉합 등 과제 산적…스코틀랜드ㆍ북아일랜드 등 영국도 쪼개질 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 찬반을 묻는 23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결국 EU 회의론자들이 승리했다. 그러나 EU 회의론자들에게도 이번 투표는 상처뿐인 승리에 불과하며 앞으로 닥칠 파장 속에서 영국은 정치와 경제 모두에서 큰 혼란을 겪게 될 전망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10월 사임 의사 표명=24일 개표가 한창인 가운데 집권 여당 보수당 내 브렉시트에 찬성했던 하원의원들이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치적 안정을 위해 캐머런이 계속 총리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서신에 서명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영국과 세계 경제를 혼란시킨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텔레그래프는 덧붙였다.

결국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24일 “오는 10월에 사임한다”고 밝혔다. 내각회의가 27일 열려 캐머런 총리 사임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표가 도출될 예정이다.

◇정적 보리스 존슨 급부상하나=브렉시트 찬성 캠페인을 주도했던 보리스 존슨 전 영국 런던시장이 급부상하게 됐다. 존슨은 지난 2월 침묵을 깨고 전격적으로 브렉시트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존슨이 차기 총리를 노리고 캐머런과의 대척점에 서게 됐다고 풀이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존슨에게도 ‘커다란 승리’라고 강조했다. 존슨이 EU 탈퇴 지지 캠페인을 통해 자신의 재치있는 면모를 남김 없이 과시했으며 단지 런던시장으로만 알고 있던 영국 전체 국민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확실하게 인식시켰다는 것이다.

존슨 전 시장은 투표가 브렉시트 승리로 확실시되자 보수당의 단결을 강조하면서 캐머런 총리가 계속 직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하원의원들의 서신에 공동 서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전부터 공공연하게 자신이 총리 자리에 관심이 있다는 의사를 표명해왔다.

◇둘로 쪼개진 민심 봉합ㆍ고용 갈등 등 과제 산적=영국 정부는 둘로 쪼개진 민심을 봉합하고 이민자 유입에 따른 고용 갈등을 풀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하게 됐다.

브렉시트 논란이 극대화되면서 지난 16일 노동당 소속의 조 콕스 하원의원이 살해되는 비극이 발생했다. 게다가 투표 결과도 거의 50대 50으로 팽팽해, 국민투표는 끝났지만 양 진영의 갈등은 이제 시작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 찬성을 이끈 것은 저소득 근로자들의 분노였다. 영국 싱크탱크 인터내셔널롱에비티센터는 지난 20일 보고서에서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주장은 편견”이라며 “오히려 고령화를 맞아 이민을 많이 허용하면 오는 2064~2065년에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11.4% 많아지는 등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전문가들의 분석도 이민자들 때문에 복지 혜택이 축소되고 내 월급이 동결되고 있다는 근로자들의 인식을 바꾸지는 못했다.

◇스코틀랜드ㆍ북아일랜드ㆍ지브롤터, 영국도 쪼개질 판=가장 큰 문제는 영국의 분열이다. 이번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분리해 결국 ‘리틀 잉글랜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지난 2014년 9월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 결과 반대 55%, 찬성 45%로 독립이 부결됐다. 그러나 브렉시트로 EU에서 받는 혜택이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하면서 제2의 독립 주민투표를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인의 62%가 EU 잔류를 택해 38%인 탈퇴를 크게 웃돌았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인 니콜라 스터전은 “스코틀랜드는 EU에 잔류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하고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북아일랜드도 새로운 불씨를 안게 됐다. 대다수인 개신교계와 소수 가톨릭 거주자들의 대립이 다시 고조될 수 있는 것. EU는 그동안 이 지역 평화유지를 위해 보조금은 물론 투자 우대책을 제공해왔다. 또 EU 회원국인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는 사실상 국경이 없다시피 해 인력과 물자가 원활히 교류됐다. 이런 이점이 사라지면 경제적으로 하위 계층인 가톨릭계 주민의 경제적 고통이 커져 갈등을 촉발하게 된다.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 최남단에 있는 지브롤터는 더욱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지브롤터는 영국령이지만 스페인으로부터 유입되는 관광객들 관련 수입이 경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지브롤터는 약 2만명의 주민 중 96%가 EU 잔류를 지지했다. 지브롤터 자치정부는 지난달 영국이 EU를 떠나면 영국과 스페인 양국이 지브롤터 주권을 공유하는 공동주권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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