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지기반인 RSS 라잔 총재에 강력히 반대…모디 총리 개혁에 그림자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 총재가 연임을 포기한 배경에 힌두교 지상주의 단체가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앞서 라잔 총재는 지난 18일 중앙은행 웹사이트 성명을 통해 연임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앙은행 독립성을 중시하며 나렌드라 모디 현 정부의 경제성장 일변도 정책에 제동을 걸어왔기 때문에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라잔 총재 전임자 4명 모두 임기를 연장해 5년 안팎으로 업무를 맡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퇴임은 이례적인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인도 정부의 한 외무 관료도 수일 전 “라잔 총재 임기 연장 이외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또 라잔 총재 자신도 이달 초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러분이 (후임 총재를) 예측하는 즐거움을 빼앗고 싶지는 않다”며 “거취는 정부와의 협의 이후 결정된다”고 여유 있게 말해 임기가 연장될 것이라는 인상을 줬다.
그러나 라잔 총재는 결국 퇴임을 발표하며 학계로 돌아간다고 밝혀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런 이례적인 흐름의 배경에는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의 지지기반인 힌두교 지상주의 단체 민족봉사단(RSS)의 라잔 총재에 대한 강경한 반대 의사가 있다고 신문은 지목했다.
발단은 지난해 10월 라잔 총재가 델리에서 가진 강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라잔 총재는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이 필요하다”며 RSS가 중심이 된 다수 힌두교인이 자신들의 가치관을 강압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와 하리아나 주 등이 지난해 초 힌두교인들의 압력으로 쇠고기 유통을 전면 금지했다.
통화와 물가의 파수꾼인 중앙은행 총재의 입장을 넘은 내용에 RSS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으며 이들은 모디 총리에게 라잔의 임기 연장을 거부하는 공식 견해를 보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는 힌두교 지상주의적인 정치 신조를 지녔지만 외자 유치 등 열린 경제개혁 노선을 걸었던 모디 총리에게도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