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견제 효과·캐머런 정치적 입지 강화… 수출 경쟁력·금융산업 큰 타격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그 파장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23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앞두고 여론은 브렉시트 찬반이 여전히 팽팽해 투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투표에서 영국이 EU에 잔류하기로 결정되면 별일이 없지만, EU 탈퇴로 결정이 나면 일단 그 파장은 영국에는 양날의 칼이다.
전문가들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실시를 선언함으로써 보수당의 EU 회의론자들의 입김을 억제하면서 다른 EU 회원국을 견제할 수 있는 효과는 확실히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캐머런 총리 입장에서는 EU 헌법인 리스본 조약 개정으로 자국의 권리를 EU로부터 회복하는 한편, EU에는 머무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EU로부터 주권을 탈환한 총리’라는 업적을 국민에게 각인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빚어질 막대한 경제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 사이의 중론이다.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은 EU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EU는 영국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교역 상대국이기도 하다. EU를 탈퇴하면 EU 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어려워 영국은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영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재무부는 4월, EU 탈퇴로 국가의 GDP가 2030년까지 6%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영국산업연맹(CBI)은 95만 명이 실직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세계적 금융허브인 런던의 금융산업이 입는 타격은 더 크다. 업계 단체인 시티UK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220만 명이 금융업에 종사하고 이들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는다. 영국은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유로화 금융거래 대부분이 런던시장으로 모인다. EU 탈퇴로 영국에 본사를 둔 혜택이 줄어들면 금융기관이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시장을 통해 세계에 영향이 확산되는 것도 경계되고 있다. 이미 영국 통화 파운드화는 매도가 강해지고 있어 한때 파운드·달러 환율이 1.4달러가 무너지며 약 7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영국에서의 자금 유출로 파운드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다. EU 탈퇴로 서방의 결속력이 떨어질 경우 우크라이나와 맞서는 러시아를 유리하게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