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업체 스즈키의 스즈키 오사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연비 부정 사태의 책임을 지고 CEO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스즈키 회장은 8일(현지시간) 국가 규정과 다른 연비 측정 방법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며 재발 방지책을 국토교통성에 제출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CEO직도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8일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방침은 6월 29일 주주 총회에서 결정된다. 이와 함께 스즈키는 스즈키 회장의 월 급여를 6개월간 40%, 부회장과 이사, 사외이사의 보수를 3∼6개월간 10∼25% 각각 삭감하기로 했다.
스즈키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CEO직 사임에 대해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떻게 할지 방안을 내놓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며 “앞에 나서는 건 새로운 사람이고, 나는 보좌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CEO는 이사 중에서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스즈키 회장은 또 향후 인사에 대해 “팀제로 하지만 결정은 궁극적으로 CEO가 하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CEO가 내리는 결정은 나도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1년 안에 확 바뀌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도 “재발 방지는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스즈키 회장의 장남인 스즈키 도시히로 사장은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에 대해, “국내, 해외 영업의 벽을 허물고 자동차 업계의 중소기업으로서의 본모습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업계 재편에 관해서는 “이번 일로 재편이 필요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며 “협력할 수 있는 곳에서 공동 연구 등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일본 언론들은 스즈키의 연비 데이터 산출에 부정이 있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스즈키는 “연비 과장으로 이어지는 조작은 하지 않았다”며 연비 데이터 조작 의혹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다만 “대상 차종과 언제부터 나라가 정한 방법과 다른 방법으로 데이터를 측정했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말 시점에 국가 규정과 다른 방법으로 연비를 측정한 것은 현재 생산 중인 16개 차종 가운데 ‘무니’ 등 3개 차종을 제외한 13개 차종과 2014년 11월에 생산을 종료한 ‘알토 에코’ 등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생산한 12개 차종 총 26개 차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