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의사록① 제로금리·물가목표·거시경제정책..신임위원들 백그라운드 묻어나
“조속한 시일 내 인하”
한국은행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나온 한 금통위원의 언급이다. 만장일치 동결은 표면적 결과였을 뿐 사실상 인하 소수의견이 있었음을 의미하고 있다. 채권시장은 이를 빌미로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며 강세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같은 언급의 주인공은 신인석 금통위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그가 내세운 인하 논거를 보면 자본시장과 과거 인플레와 통화정책을 공부했던 이력, 그리고 친정부 인사라는 배경이 고스란히 묻어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 위원을 비롯해 4월21일 취임후 첫 금리결정 금통위에 임했던 나머지 세명의 위원들도 의사록에 각자 그들의 배경을 고스란히 담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인석 위원은 사실상 제로금리론자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는 물론 일본 등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사례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이 정책이 “금융·외환시장에서는 대체로 정책기대에 부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은 자본유입과 통화가치 절상에 대응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한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금리인하가 적어도 과도한 통화가치 절상을 방지하여 외환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달러 환율이 최근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유입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금리인하 여력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제로금리 효과가 실물부문은 제한적임을 인정하면서도 금융과 외환시장은 물론 외국인 자금유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조속한 시일 내 인하”를 주장한 인사는 최소한 실물경제보다는 자본시장에 정통한 인사임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물가안정목표 달리 해석, 인플레 공부와 연결..정부공조 친정부인사 물씬
신 위원 추정의 또 다른 근거는 신 위원이 한은이 제시한 2% 물가목표치에 대해 달리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짚은 대목이다. 물가 수준이 아닌 물가안정 목표를 꼬집었다는 점에서 최소한 물가관련 전문가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다.
그는 “소비자물가는 상당기간 2% 목표에서 이탈할 것으로 보이는데 물가안정 목표도 이제 달리 해석할 필요가 있으며 물가수준이 너무 낮아져 물가안정목표를 지속적으로 하회할 위험에 대처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은 앞서 4월21일 취임 당시 취임사에서 “인플레와 통화정책으로 공부했었다. 연어가 고향에 돌아가는 느낌”이라며 자신이 물가와 통화정책을 전공했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끝으로 향후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해 경기활성화를 위한 거시정책과 4대부문 구조개혁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통화정책을 강조한 부문이다. 사실상 정부측 인사나 정부를 대변해온 인사들의 논거와 같기 때문이다. 그는 “향후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하여 경기활성화를 위한 적극적 거시정책 운용, 4대 부문 구조개혁 및 산업구조개혁 지속, 가계부채 대응과 금융시장 안정 등 경제·금융시장 리스크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구조개혁의 차질 없는 추진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통화정책 등 거시경제정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신 위원은 금통위원 취임 직전 자본시장연구원장으로 재직했으며 박근혜 대통령 선거캠프와 당선인 인수위시절 경제1분과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금통위원 중 그 누구보다도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이밖에 한은 총재 추천몫인 이일형 위원과 이코노미스트 출신 조동철 위원, 가계부채 담당 기관인 금융위원회 출신 고승범 위원은 각각 자신의 배경과 색채를 고스란히 의사록에 담으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일형 추정 위원은 한은 총재 추천몫 답게 한은보다도 더(?) 매파(통화긴축)적 색깔을 냈다. 흡사 김중수 전 총재가 추천한 문우식 전 위원의 판박이라는 느낌이다.
그는 “국제경제가 더딘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일시적 안정을 찾은 것 같고 국내 경기도 내수를 중심으로 현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거시정책을 통해 경기침체를 예방하고 원활한 구조조정을 지원할 수는 있겠으나 구조조정을 대신할 수 없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유동성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구조조정과 금리인하는 패키지로 인식하고 있는 시각에 부정적임을 드러낸 셈이다. 이는 이주열 한은 총재와도 같은 시각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지난달 13일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본확충과 금리정책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별개 사안”이라며 “다만 기업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 파급되는 실물경제의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은 금리정책을 결정할 때 분명히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직전 4월 금통위에서 언급한 “금리정책도 재정정책, 구조조정 정책과 같이 가야만 효과가 크다”고 밝힌데서 한발 물러난 스탠스로 해석할 수 있는 부문이다.
조동철 추정 위원은 GDP갭 및 물가갭은 물론 실물경제에서 총수요와 생산 측면 등을 언급하며 이코노미스트다운 색채를 물씬 풍겼다. 그는 “민간소비의 회복세가 소비침체의 해소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는 우리 경제의 중장기 성장경로 전망에 있어 중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제의 하방위험이 확대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향후 GDP갭 및 물가갭 축소 전망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고승범 추정 위원은 가계부채 담당기구였던 금융위원회 출신임을 드러냈다. 그는 금리결정 관련 의원별 개진시 한 페이지 분량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부문을 가계부채 문제 언급으로 채웠다. 아울러 당국과의 정책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잠재적 위험을 확대시키고 통화정책의 신축성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관련 당국과의 정책협조를 한층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