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콤 경영권 분쟁 진흙탕 싸움으로…레드스톤 오른팔-친딸, 법정 공방 개시

입력 2016-05-2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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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디어 왕국’ 비아콤이 왕좌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으로 흔들리고 있다. 미디어계의 대부 섬너 레드스톤(92) 비아콤 명예회장이 후계자 지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악화와 판단력 이상설로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30년 이상 레드스톤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필립 다우먼 비아콤 최고경영자(CEO)와 레드스톤의 딸 샤리 레드스톤이 대립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날 다우먼 CEO는 비아콤 이사인 조지 아브람과 함께 레드스톤의 딸 샤리 레드스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다우먼이 레드스톤 회장으로부터 지분 승계 받는 것을 샤리가 차단하려고 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변호사 출신이었던 레드스톤 회장은 1954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극장 사업을 기반으로 1987년 비아콤을 인수, 1994년 파라마운트와 2000년 공중파 방송사 CBS를 잇달아 인수해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 CNN의 테드 터너와 더불어 ‘미디어 재벌’이 됐다. 현재도 비아콤의 의결권 약 80%를 쥔 실소유주다.

그러나 레드스톤 회장이 최근 판단력 이상설에 휘말리면서 후계 구도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지게 됐다. 레드스톤 회장의 유산 계획에 따르면 그가 사망하거나 사고 불능에 빠지면 소유 주식이 가족 신탁으로 넘어간다. 문제는 가족 신탁 구성원 7명에는 딸 샤리를 포함해 레드스톤의 오른팔인 다우먼과 비아콤의 중역 조지 아브람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다우먼과 아브람은 지난 주말 샤리 측 변호인으로부터 가족 신탁에서 제명됐다고 통보받았다. 이에 다우먼 CEO와 아브람 이사는 이날 레드스톤 회장이 인지 장애 등 신경 장애를 앓고 있다면서 “샤리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아픈 아버지를 부당하게 조종하고 있다”며 제명을 무효화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샤리는 즉각 반발했다. 샤리 측 변호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샤리가 그의 아버지를 조종하고 있다는 주장은 너무나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레드스톤 회장의 변호인인 로버트 클레이거도 이날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그들이 주장하는 레드스톤의 정신 이상에 대한 근거가 없다”면서 다우먼 CEO와 아브람 이사의 가족신탁 제명에 대한 청원서를 제출했다.

레드스톤 회장의 건강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표면화했다. 지난해 11월 그의 여자 친구이자 건강관리인이었던 마뉴엘라 헤르처는 레드스톤이 자신을 해고하자 그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며 정신감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달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 고등법원이 레드스톤의 손을 들어주면서 해당 소송은 기각됐다. 건강이상설에 시달리던 레드스톤은 결국 지난 2월 두 회사의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다우먼 CEO가 회장직을 겸임하는 등 경영 체제를 변경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회사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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