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할머니, 왜 송혜교에 감사 눈물?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6-05-18 07:21수정 2016-05-1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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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범 기업 미쓰비시의 CF모델 제의를 거절해 화제가 된 송혜교.
“전범 기업 미쓰비시 제의를 거부하는 훌륭한 결심을 했다는 말에 눈물이 나고 이 할머니 가슴에 박힌 큰 대못이 다 빠져나간 듯이 기뻤습니다. 날개가 달렸으면 훨훨 날아갈 것 같습니다. (송혜교) 선생님 너무도 장한 결심을 해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우리는 돈 문제가 아니고 일본 아베 총리와 미쓰비시한테 사죄받는 것이 첫 번째 바람입니다.”

양금덕(86) 할머니가 최근 스타 송혜교에게 보낸 가슴 절절한 손편지다. 초등학교 6학년(14세) 때인 1944년 중학교 보내주고 돈 많이 벌게 해주겠다는 일본인 교장과 헌병 말에 속아 미쓰비시(三菱)에 끌려가 죽음을 넘나들며 강제노역한 양 할머니. 통한의 세월을 살아온 양 할머니가 미쓰비시 CF 제의를 거절한 송혜교에게 눈물의 편지를 썼다. 양 할머니는 18개월간 강제노역했지만, 임금은커녕 사과조차 받지 못한 채 가슴에 대못을 박고 살았다.

송혜교는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인기가 엄청난 한류 스타다. 4월 끝난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중국에서 송혜교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미쓰비시는 송혜교에게 거액의 출연료를 제시하며 자동차 중국 내 CF모델 제안을 했다. 송혜교는 단칼에 거절했다.

송혜교는 미쓰비시가 일제강점기 한국인을 비롯해 미국, 중국 전쟁포로에게 강제노역을 하게 한 전범 기업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중국인 강제노역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했고 미국, 영국 전쟁포로에게는 사과했지만 양 할머니 같은 한국인 강제노역자에게는 보상은 고사하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것도 기지 했다.

송혜교의 미쓰비시 CF 모델 거절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후 “전 전범 기업이라는 단어의 의미조차 몰랐습니다. 송혜교 때문에 전범 기업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라는 네티즌 의견부터 수십 년 동안 가슴에 억울한 한을 품고 살았던 양 할머니의 눈물 편지까지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스타의 아름다운 영향력이다.

송혜교처럼 아름다운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비판과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걸그룹 AOA의 멤버 설현과 지민는 정반대의 경우다. 3일 방송된 온스타일의 ‘채널 AOA’에서 사진을 보고 인물을 알아맞히는 퀴즈를 풀 때 안중근 의사 사진을 보고 지민은 ‘긴또깡(김두한의 일본 발음)이라고 답했고, 설현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안중근 의사를 맞췄다. 방송 직후 어떻게 안중근 의사를 모를 수 있느냐는 대중의 엄청난 분노가 쏟아졌고 또 한편으로는 설현, 지민의 잘못이 아니라 역사교육과 학습권을 무시하는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제기됐다. 스타의 공적 역할수행 강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에 끌려가 강제노역한 양금덕 할머니가 최근 송혜교에게 쓴 손편지.

송혜교와 설현, 지민의 세 스타 언행의 파문은 점증하고 있는 스타 위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미디어학자 아더 아사버거(Arthur Asa Berger)는 “스타들은 사람들에게 모방할 모델을 제공하며 그래서 사람들이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고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Edgar Morin)은 “스타는 지식 제공자일 뿐만 아니라 인격 형성자이며 대중을 선도하는 자”라고 했다. 영화비평가 파커 타일러(Parker Tyler)는 “스타는 현대의 종교에 의해 채워지지 않는 욕망까지 충족시켜준다”고 까지했다. 스타 역할과 영향력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디지털과 스마트폰, 미디어의 발달, 인터넷과 SNS의 일상화로 ‘전 국민의 기자화’가 된 현재 상황에선 스타의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력과 파괴력은 상상 초월이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못한 훌륭한 일을 송 선생님이 했다.” 송혜교로 인해 72년간 가슴에 대못을 박고 살아온 양 할머니가 편지에서 한 언급이다. 권력 작동이 군사력 등 하드파워에서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을 가진 문화와 스타 등 소프트파워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소프트파워’의 저자인 미국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Joseph Nye) 주장에 공감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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