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기대수명 증가, 장기적으로 소비 증가 요인"

입력 2016-05-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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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의 증가가 단기적으로 저축률을 상승(소비를 감소)시키는 요인이나, 장기적으로는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으로 오히려 소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권규호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12일 '기대수명 증가의 거시경제적 영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민간소비가 부진을 지속하고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이 하락하는 원인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기대수명이 지목되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평균소비성향(소득 대비 소비)은 2003년 77.9%에서 2015년에 71.9%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빠른 속도로 개선돼 2014년에 82.4세를 기록 중이다. 이는 2000년 75.5세에서 82.4세까지 증가한 것으로, 은퇴연령으로 가정할 경우 은퇴 후 생존기간이 대략 40% 정도 증가했음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이 매년 0.5세 내외로 증가하고 있어 은퇴 이후 대비 목적의 저축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은 수준이고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도 정체돼 있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한 사전 준비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통계청의 2014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령층 가구의 소득 중 연금ㆍ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29%에 불과하다.

60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도 2000년 38.2%에서 2014년 39.7%를 기록해 건강상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기대수명에 비례해 증가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 이론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평균소비성향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현상은 기대수명이 급속하게 증가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노후대비를 위한 소요자금이 커짐을 사전적으로 인지한 경제주체들이 전 연령계층에서 소비성향을 낮추는 방향으로 대응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

이와 관련해 권 연구위원은 기대수명 증가가 저축률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자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를 반영한 생애주기ㆍ중첩세대 모형으로 모의실험을 실시했다.

모의실험 결과, 기대수명의 증가는 단기적으로 저축률을 상승(소비를 감소)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소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권 연구위원은 밝혔다.

저축률 상승으로 더 많은 양의 자본이 축적되고, 은퇴 이전 경제주체들의 노동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높아져 소비도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권 연구위원은 기대수명 증가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둔화를 완충하는 요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노동공급이 유연하게 반응하지 못하거나, 저축률 상승이 투자 확대로 연결되지 못할 경우 제한적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축 증가가 국내 투자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서비스업 선진화를 비롯한 과감한 규제합리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통해 투자의 기대수익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고령층뿐만 아니라 중ㆍ장년층의 노동공급에 대한 유인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노동시장 개혁을 적극 추진해 노동수요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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