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트럼프’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

입력 2016-05-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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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내 범죄 근절 공약으로 표심 얻어…막말 일삼아 ‘필리핀의 트럼프’라는 별명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다바오시 시장이 9일(현지시간) 다바오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AP뉴시스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의 필리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필리핀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현지 ABS-CBN 방송은 10일 오전 4시(현지시간) 현재 개표가 74%가량 진행된 가운데 야당 PDP라반의 후보 두테르테 시장이 1483만 표를 얻어 집권당인 자유당(LP)의 마누엘 로하스(58) 전 내무장관(889만 표)을 600만 표 가까이 앞선 것으로 비공식 집계됐다고 밝혔다. AP통신도 비공식 집계를 인용해 두테르테 시장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이날 두테르테 시장 역시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들의 명령을 받들겠다”면서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것은 깨어 있는 순간은 물론 잠든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변호사, 검사 출신인 두테르테 시장은 22년 동안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으로 재임했으며 재임 기간 범죄 퇴치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특히 마약상과 같은 강력범 즉결 처형 등 초법적인 범죄 소탕으로 다바오시를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만들어 ‘징벌자(Punisher)’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는 대선에 출마하면서 필리핀의 고질적인 범죄와 기근을 퇴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인기를 얻었다. 특히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며 대통령 취임 6개월 내 범죄 근절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욕설과 여성 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현 정부와 인권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는 유세 현장에서 “나는 약물중독자들과 ‘개XX(sons of bitches)’들을 정말 죽일 것”이라면서 “나는 인내심이 없다. 나는 중간이 없으며 내가 죽든 멍청한 그들이 죽든 한 가지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성폭행으로 살해된 여성을 두고 “내가 먼저 (강간)했어야 했는데”하며 강간 관련 발언을 농담처럼 하는 것은 물론 “비아그라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교적으로 문제가 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아 대통령 자질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이러한 언행에도 높은 지지율을 얻어 두테르테 시장을 두고 서방 언론들은 ‘필리핀의 트럼프’라고 표현했다.

한편, 부통령 선거에서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58) 상원의원과 여당 후보인 레니 로브레도(52) 하원의원이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9일 정·부통령, 상원의원 12명, 하원의원 297명, 주지사 81명 등 총 1만8000여 명의 공직자와 의원을 선출하는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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