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 노조 컨테이너 100일…’투쟁’에서 ‘협상’으로 선회

입력 2016-05-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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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측 “박현주 회장, 고용보장 구두약속 명문화해야”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대우(전 대우증권) 본사 빌딩과 그 앞에 설치된 컨테이너의 모습. 지난 2월초 미래에셋대우 노동조합이 설치한 컨테이너가 9일로 설치 100일째를 맞았다. (사진=유충현 기자)
미래에셋대우(전 대우증권) 노동조합이 미래에셋증권으로의 피합병 반대의 의미로 서울 여의도 본사 앞에 설치한 컨테이너가 설치 100일째를 맞았다.

본사 앞 컨테이너는 지난 2월 1일 미래에셋대우 노조가 ‘투쟁 본격화’의 의미로 설치했다. 노조는 컨테이너 설치와 함께 당시 미래에셋 증권의 LBO(차입매수) 방식 인수의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공격하기도 했고, 법무법인을 통한 법적 대응까지도 검토했다.

컨테이너 설치 이후 인수자 측인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대우 사측과 미래에셋대우 노조의 관계는 ‘격화일로’였다. 미래에셋증권이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자 노조는 투쟁강도를 높여 갔고, 급기야 지난달 17일에는 미래에셋대우 노조 조합원 약 1200명이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그룹 본사 앞에 집결해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반면 9일 현재 노조의 분위기는 비교적 평온하다. 격화되던 투쟁수위가 유화적으로 돌아선 배경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직원들의 ‘고용보장’에 대해 직접 언급을 하면서다. 그간 박 회장은 노조와의 문제를 미래에셋대우 경영진에 일임하고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래에셋대우 내부에서 나오는 IT 분야의 인력 감축설, 10월 합병 법인 출범 후 인력 구조조정설 등을 공개석상에서 직접 일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자용 미래에셋대우 노조위원장은 “말한 내용이 지켜지기만 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관련 언급 이후 직원들의 우려도 일부 희석된 것은 사실”이라며 “노조의 투쟁노선도 ‘합병저지’라는 명분론에서 ‘협상요구’라는 현실론으로 돌아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 박 회장의 구두언급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게 노조 측의 의견이다. 이 위원장은 “구속력 없는 구두약속에 머물기보다는 명문화된 합의서가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 사측(미래에셋대우)에 이 같은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래에셋대우 노조위원장 선거가 진행 중이라는 점도 최근 노조 투쟁이 소강국면을 보이고 있는 배경이다. 노조는 이날 전국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일제히 선거를 진행한다. 후보로는 현 이자용 위원장이 단독 입후보했다. 선거결과는 오는 12일 오후께 발표될 예정이다.

9일 현재 컨테이너 벽면에 설치된 현수막에 새겨진 글귀도 ‘합병 결사반대’에서 ‘실질적 고용보장’으로 바뀌어있다. 최근 소강상태에 들어가 있는 미래에셋대우 노사간 국면을 나타내는 단면이다.

지난 100일간 본사 앞에 놓인 컨테이너는 상징성이 컸다는 평가다. 박현주 회장이 미래에셋대우 사옥에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이유가 컨테이너 때문이라는 뒷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기간 미래에셋증권은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고 인수잔금을 치렀다. 대우증권은 사명을 미래에셋대우로 변경했다. 컨테이너가 버티고 있었지만 ‘대세’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 셈이다.

다만 그럼에도 미래에셋대우 구성원들은 자칫 일방통행식 인수로 흐를 수 있던 인수전에서 대우증권의 목소리를 알린 점, 박현주 회장으로부터 고용지속에 대한 구두확인을 받아낸 점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 미래에셋대우 직원은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이슈메이킹을 해낸 부분은 노조가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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