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패소했지만 페이스북은 승소…현지 진출 기대 더욱 높아져
중국 상표권 분쟁에서 애플과 페이스북의 희비가 엇갈렸다.
애플은 중국 상표권 분쟁에서 패소했지만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승리해 현지시장 진출 기대가 더욱 커지게 됐다고 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페이스북과 현지 업체와의 소송에 관련된 한 변호사에 따르면 베이징 고등인민법원은 최근 광둥성 소재 식품음료업체인 중산펄리버드링크스팩토리가 2014년 등록한 ‘페이스 북(face book)’ 상표에 대해 등록 자체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중국 법은 다국적 기업들이 자신의 상표권을 인정받으려면 현지에서 널리 해당 상표를 인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비록 중국 진출이 차단된 상태이지만 법원이 높은 인지도를 인정한 셈이다. 중산펄리버의 한 임원은 “페이스북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브랜드라면 왜 중국 소비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승소는 지난주 애플의 상표권 분쟁 결과와 대조된다. 애플 아이폰은 중국에서 폭 넓은 인기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법원은 애플이 중국 가죽업체 싱퉁톈디테크놀로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싱퉁은 아이폰이 중국에 진출하기 2년 전인 2007년에 영문 대문자로 ‘아이폰(IPHONE)’을 등록했으며 중국 법은 서로 다른 제품군에서 동일한 상표를 쓸 수 있다는 점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애플은 이에 항소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소송은 중국 당국의 페이스북에 대한 태도가 부드러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FT는 풀이했다. 페이스북은 중국 7억명 인터넷 사용자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상태이지만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어를 직접 배우고 고위관리들과 면담하는 등 중국에 매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중국 권력서열 5위이며 미디어와 인터넷, 출판에 대한 통제를 담당하는 류윈산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단독 면담했으며 스모그가 짙게 깔린 톈안먼 광장에서 조깅하기도 했다.
다만 페이스북이 중국에 진출하려면 엄격한 검열과 통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FT는 전했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기업 인맥 전문 SNS 링크드인 등은 정부 방침에 부합하게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페이스북은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시민혁명의 주요 도구로 쓰였기 때문에 중국 지도자들이 더욱 경계하고 있다는 평가다.
페이스북은 현재 해외 진출 중국 기업을 상대로 한 마케팅 도구로 자사 서비스를 밀고 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 당시 “에어차이나가 인도 뭄바이와 베이징간 신규 노선 홍보에 페이스북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