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 아이칸엔터프라이즈 회장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애플 지분을 전량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애플에 투자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아예 손을 뗀 것이다.
아이칸은 2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 ‘파워런치’ 프로그램에 출연해 “애플은 엄청난 회사이고 팀 쿡 최고경영자(CEO)도 그간 잘해왔다고 믿는다”면서도 “애플에 대해 더는 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 아이칸은 지난해부터 애플 지분을 줄여나갔다. 2월 미국 공시 자료에 따르면 아이칸은 지난해 4분기에 애플 주식 700만주를 처분해 4580만주를 남겨둬었다. 28일 주가로 계산하면 총 44억 달러(약 5조원)에 달한다. 그러다가 나머지 지분은 2월에 전량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아이칸이 올해 애플 주가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직전 보유 지분을 줄였다고 지적했다. 그의 애플 지분 전량 처분 발표는 공교롭게도 애플이 13년래 첫 매출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그는 애플 지분을 매각한 이유에 대해, 중국의 태도가 애플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점을 들었다. 아이칸은 “중국 정부는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아이튠즈 영화, 애플의 전자책 서비스인 아이북스를 차단하는 등 애플에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중국 내 성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애플의 중국 전략에 대한 우려는 크다. IT 컨설팅업체 잭도우리서치의 잰 도슨은 “수개 분기 애플의 매출 성장세에서 중국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전년 대비 매출 축소의 절반 가까이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6일 회사가 공개한 2016 회계연도 2분기(1~3월) 중국 매출은 26%나 감소했다.
아이칸은 “중국 내 상황이 안정적으로 변하게 된다면 다시 애플 주식 매수에 나설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이칸의 애플 지분 전량 매각은 사실상 그의 ‘애플 사랑’이 끝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2013년 애플에 첫 투자를 시작한 이래로 애플과 쿡 CEO에 대한 무한 애정을 표시해왔다. 그는 지난해 한 TV 프로그램에서 “애플에 대해서는 굉장히 안정감을 느낀다. 만약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더 사들일 것이며 난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쿡에 대해서는 “이상적인 CEO”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애정만큼 주주 환원에 대해서는 강하게 몰아붙여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2014년 아이칸은 애플이 15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고, 애플은 이후 주주환원 규모를 계속 늘려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은 자사주 매입으로 11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날 아이칸의 지분 전량 매각 소식에 애플 주가는 3.06% 급락했다. 올들어 이날까지 주가는 10% 가까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