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프(PUF)'는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전통 서점이자 출판사였다. 그러나 퍼프는 학술서적만 취급한 탓에 대형 서점과 전자책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결국 17년 전에 문을 닫았다.
그런데 문을 다시 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이 서점이 최근 다시 문을 열어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 시민들에게서 다시 책을 읽는 열풍이 분 것일까?
22평 남짓밖에 안 되는 이 작은 서점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점 내부를 살펴보면 서점 같지 않고 마치 카페 같은 느낌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책들로 가득해야 할 서점에 판매할 책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퍼프에는 책을 구매하러 찾아오는 손님들로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퍼프는 예전의 서점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책을 판매한다. 즉, 출판사에서 들여온 책을 선반에 쌓아놓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원하는 책을 즉석에서 만들어 판매한다.
바로 현장에서 즉시 책을 출판하는 '에스프레소 출판 기계(Espresso Book Machine)' 덕분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손님들이 책을 주문하면 이 출판 기계가 5분 만에 책을 뚝딱 만들어준다.
300만 여권의 전자책을 저장하고 있는 이 출판 기계는 인쇄와 제본 그리고 절단까지 원스탑으로 척척 해낸다. 책이 나올 동안 손님은 테이블 앉아 커피 한 잔을 즐기면 된다.
이렇게 즉석에서 만들어진 책의 가격은 기존 서점의 책과 거의 동일하다. 이렇게 독특한 책 판매 방식으로 서점은 책의 재고 부담을 완전히 털어버리게 됐고, 출판사도 대량생산의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출판의 편리함을 서점에 점목시켜 아날로그 감성을 그대로 살려낸 퍼프의 출판 혁신은 앞으로 온라인 서점과 대형 서점을중심으로 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저항하는 우리나라 소형 서점들의 새로운 생존 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