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 살리는 모듈, G5와 친구들 사용기

입력 2016-04-2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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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G5를 3주 동안 끼고 다녔다. 생각보다 주변 지인들이 이 제품에 많은 관심을 보이더라. 처음 제품을 손에 쥐어보면 “G5 모듈형이라며?”하고 물으며, 하단의 버튼을 딸깍 눌러 배터리를 분리해보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G5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은 그 유명한 ‘친구들’이니까. 그 중에서도 본체와 직접 결합해 사용하는 ‘모듈형 친구들’이 궁금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G5 공개 당시부터 많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과연 기기의 일부분을 떼냈다가 다시 결합하는 방식의 디자인이 견고할 수 있을까? 자칫 내구성을 해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손이 아플 만큼 여러번 모듈을 교환해 보았고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일단 박스에서 막 꺼내 청순한 상태의 기본형 G5부터 살펴보자. 좋게 말하면 심플하고, 나쁘게 말하면 심심한 디자인이다. 내가 직접 사용해본 모델은 핑크 컬러와 실버 컬러의 두 가지. 개인적으론 실버가 훨씬 예쁘다. 일단 교체형 모듈과 결합했을 때의 컬러 궁합이 좋고, 더 시크한 느낌을 잘 살려서 깔끔한 G5의 디자인과 잘 어울린다. 처음엔 지나치게 특색이 없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쓰다보면 질리지 않고 담백한 모양새라 더 좋다. 알루미늄 합금 위를 프라이머로 도료 처리한 뒤 컬러 입자를 바르는 ‘마이크로다이징 기법’을 썼다. 그래서 표면 광택이 다른 메탈폰과 비교했을 때 색다르다. 나는 풀메탈 바디 특유의 차갑고 날선 그립감을 커버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 가차없이 속살을 들춰낼 시간이다. 제품 좌측 하단에는 작은 버튼이 숨어 있다. 손 끝으로 이 버튼을 꾹 누르면 단단하게 걸려있던 걸쇠가 열리며 하단부를 분리해낼 수 있다. 결합 방식이 생각보다 훨씬 견고하다. 버튼을 누른 뒤에 힘을 줘서 당겨야 분리되기 때문에, 실수로 모듈이 분리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제품에 일정 충격을 주거나 바닥에 떨어트렸을 때도 어지간해선 모듈이 해체되는 결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에 대해 품고 있던 가장 큰 걱정은 해소된 셈이다.

내가 사용해 본 모듈은 B&O와 협업해 만든 ‘하이파이 플러스’와 카메라 그립 모듈인 ‘캠 플러스’다.

먼저 캠플러스부터 살펴보자. 이 모듈은 G5를 ‘진짜 카메라’처럼 만들어준다. 말 그대로 카메라 그립부의 역할을 해, 한손으로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쥐고 물리 셔터를 누르며 촬영할 수 있다. 카메라의 성능 자체를 끌어올리는 건 아니지만 ‘손 맛’을 더 해주는 건 분명하다.

오른손으로 그립부를 쥔 상태에서 집게 손가락에 닿는 위치에 버튼들을 배치해 놓아서, 사용도 상당히 직관적이다. 어렵지 않게 적응하고, 더 찰진 사진 촬영이 가능해진다.

특히 칭찬하고 싶은건 G5의 가장 큰 장점인 듀얼 카메라를 다이얼 하나로 오가며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이 다이얼은 줌인/줌아웃의 역할을 하는데 일정 화각 이상 줌아웃을 하다보면 자동으로 일반 화각 카메라에서 광각 카메라로 전환된다. 굳이 카메라 전환 버튼을 터치하지 않더라도, 다이얼을 돌리는 쉬운 동작으로 두 개의 카메라를 쉽게 오갈 수 있는 것. 아쉬운 점이라면 이 다이얼이 지나치게 가볍게 돌아간다는 점이랄까.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금 더 묵직하게 돌아갔어도 손 맛이 좋았을 것 같다.

셔터 버튼의 위치도 딱 알맞다. 흔들림 없이 손 쉽게 셔터를 누를 수 있다. 화면의 가상 키로 촬영하지 않으니 오작동도 없다. 보통 손으로 화면을 터치해 촬영하다보면, 실수로 홈 화면으로 가거나 사진 앨범으로 넘어가 버리는 실수가 있기 마련이다. 캠플러스를 사용할 땐 이런 오작동이 없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다이얼 밑의 전원 버튼은 어느 상황에서나 바로 카메라를 실행할 수 있는 On/Off 버튼이다. 그러니까 이 그립부에 한해서는 마치 작은 디지털 카메라처럼 독립된 사용자 환경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보너스로 1,200mAh의 배터리가 들어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계속 캠 플러스 모듈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지만, 사실 모듈 자체는 단순하다. G5가 가지고 있는 본래 카메라 기능을 가장 직관적이고 카메라 답게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제일 중요한건 카메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성능일 것이다. 앞서 다른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G5의 카메라는 아주 훌륭하다. G4에서 보여줬던 전문가 모드의 디테일도 여전하고 말이다.

800만 화소의 광각 카메라는 1600만 화소의 메인 카메라보다 화질이 떨어질 지언정 훨씬 드라마틱하고 근사한 풍경을 연출해준다. 평면적인 화각의 사진만 찍다가 135도 화각의 광각 카메라를 써보면, 사진 찍는 재미가 배가 된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갤럭시S7의 카메라와 많이 비교되는데, 저조도 촬영에서는 갤럭시S7이 앞서지만 전체적인 색감의 정확도나 사진의 디테일 표현에 있어서는 G5가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 G5와 캠 플러스를 결합해 촬영한 결과를 몇 컷 첨부한다. 아무데서나 바로 카메라를 실행해 한 손으로 촬영할 수 있어 편리하더라.

이제 대망의 하이파이 플러스와 합체할 차례다. 기대가 크고 관심도 컸으며, 의심도 컸다. 이 가격에 B&O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니! 하는 생각과 고작 이 작은 모듈로 사운드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달까.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은 패키지에서 꺼내고 나면 너무 작아서 허무할 정도다.

자, G5 본체에 하이파이 플러스를 결합한 모습은 이러하다. 왼쪽은 순정 상태의 G5, 오른쪽은 하이파이 플러스를 하단에 결합한 상태다. 본래 상태보다 상하 길이가 조금 길어졌다. 보기 이상할 정도는 아니다. B&O 로고와 함께 한층 더 고급스러워졌달까.

실버 바디에 하이파이 플러스를 덧대면 이런 모습이 된다. 블랙과 실버의 조화가 생각보다 유니크하다. 완전 다른 디자인의 스마트폰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말이다. 티탄 컬러와 깔맞춤하면 더 멋지더라. 물론 디자인만 칭찬하려는 건 아니다. 하이파이 플러스는 B&O의 로고만 따온 게 아니니까.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은 32bit 하이파이 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다. 말 그대로 디지털 음원을 아날로그 신호로 변화시켜주는 칩셋을 사용한 것. 이 모듈 하단의 3.5mm 단자에 헤드셋을 연결하면 32bit 하이파이 사운드를 원음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본래 하이파이 음원이 아니더라도, 업샘플링하여 원음에 가깝게 재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늘 듣던 스트리밍 음원도 하이파이 플러스를 통해 들으면 훨씬 풍성해진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같은 노래를 들으며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의 사용 여부에 따른 차이를 비교해보았다. 아무리 막귀라도 바로 눈치챌 수 있을 만큼 분명한 차이가 느껴진다. 출근길에 몇 십번 반복해서 듣던 노래에서 한번도 들은 적이 없었던 숨은 목소리가 들린다. 같은 환경에서 그만큼 해상력을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고가의 이어폰과 결합하면 결과는 더욱 뚜렷해진다. 물론 저가 이어폰을 사용해도 음원 자체가 더 풍부해진다. 실제로 공정한 평가를 위해 하이엔드 이어폰과 중국에서 사온 샤오미 이어폰을 번갈아 사용해 보았다.

중저음을 힘 있게 잡아줄 뿐만 아니라, 음색의 출력 자체가 풍부해진다. 같은 노래라도 더 넓은 공간감으로 즐길 수 있다. 모든 소리가 더 선명해졌다고 표현하면 이해가 쉬울까. 볼륨 컨트롤이 세밀하게 가능하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사실 한 단계 낮추면 너무 소리가 작고, 한 단계 높이면 너무 크게 느껴진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과 결합하면 75단계로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또, 임피던스가 높은 하이엔드 헤드폰의 드라이버도 무리 없이 구동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하이파이 모듈의 가성비에 대해서는 의심조차 할 필요가 없는 것.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G5의 프렌즈 임에도 불구하고 노트북이나 다른 스마트폰에서도 포터블 DAC로 활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의 뚜껑(?)을 씌운 채로 OTG 케이블을 이용해 LG V10과 연결해 보았다. V10에서도 32bit 하이파이 사운드를 즐길 수 있었다. 심지어 신형 맥북과도 호환된다. 넓은 호환성과 LG전자의 넓은 배포에 놀라게 되는 순간. 개인적으로 오디오 마니아가 G5를 구입했다면, 하이파이 플러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모듈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G5는 모듈 없는 순정 상태에서도 24bit 음원을 지원한다. LG전자가 사운드에 착실히 노하우를 쌓아오고 있으며, 굉장히 공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모듈형 디자인은 아직 완전하지 않다. 매번 전원을 껐다 켜야 하며, 단단하게 결합된 모듈을 분리해 다른 모듈로 갈아 끼우는 과정 역시 때때로 번거로울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G5가 선보인 아이디어와 가능성에 열광하고 있다. 실생활에서 진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내실 있는 친구’를 사귀었기 때문이다. 이 작은 모듈 액세서리 하나로 스마트폰이 카메라가 되고, 스트리밍 음원이 하이파이 음원으로 변신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확연한 변화다. 신선하고 재미있다. 직접 써 봐야 알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기대하는 것은 이 ‘프렌즈’ 생태계의 지속적인 성장이다. 특히 스마트폰에 직접 결합할 수 있는 모듈형 프렌즈가 활발하게 등장하길 바라는 바다.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와 가능성이 G시리즈의 친구로 태어날지 벌써부터 궁금하지 않은가. 이미 LG전자도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해 개발 환경과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G5가 게임기가 되고 스케치북이 되는 갖가지 상황들을 상상해보자. 일단 G5와 그의 좋은 친구들에 대한 리뷰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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