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14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MS는 수사 당국이 자사 고객의 이메일 등 클라우드에 저장한 개인정보를 압수 수색할 때 해당 사실을 고객에 통보하지 못하게 한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법무부를 제소했다. 업계에서는 사생활 보호를 둘러싼 실리콘밸리와 미 정부간의 법정 다툼이 사실상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날 MS는 워싱턴 주 시애틀에 소재한 워싱턴 서부 연방지방법원에 미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MS는 소장에서 수사당국이 전자통신비밀보호법이란 명분을 앞세워 비밀리에 자사 고객의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이를 회사가 고객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미국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 발언의 권리(미국 수정헌법 제1조)와 부당한 수색을 받지 않을 권리(미국 수정헌법 제4조)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즉 헌법에 따라 고객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정부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알 권리가 있고, MS 역시 해당 사실을 고객에게 알릴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MS가 위헌이라고 지적하는 부문은 전자통신비밀보호법 일부 조항에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압수수색한 사실을 통보하는 것이 수사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압수수색 사실을 고객에게 알리 못하도록 ‘입막음’을 하는 조항이 있다. MS는 이러한 수사당국의 행태가 수사권 남용이며 더 나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MS는 고객들의 클라우드 사용이 늘어나자 수사당국이 수색영장을 발부, 비밀리에 IT기업에 고객 개인정보를 요청하는 일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8개월 동안 MS는 수사당국으로부터 받은 고객정보 요청은 5000건이 훌쩍 넘으며 이중 절반 이상이 고객 통보 금지 명령에 의한 요청이었다고 지적했다. MS는 “고객들이 자신들의 개인정보를 물리적인 저장장치에서 클라우드에 옮긴다고해서 그들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번 MS의 소송은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를 둘러싸고 애플과 미국 연방수사국(FBI)와 공방이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서 FBI는 지난해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 총격 테러범의 아이폰의 잠금장체 해제를 위한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애플 측에 요청했으나 애플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법정 공방으로 치달았다. FBI는 제3자의 힘을 빌려 아이폰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데 성공해 사건은 일단락됐으나 양측의 법적 공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번 MS의 제소는 클라우드컴퓨팅 시대에 사생활보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앞서 애플은 테러범이 클라우드에 백업한 자료는 FBI가 제출하는 등 수사해 협조해왔다. 그러나 수사 당국의 요청이 잠금해제 장치를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자 개인정보 보호 원칙이 크게 훼손된다며 반발했다. MS의 이번 제소 역시 실리콘밸리에서 지원사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지난 2월 정부의 개인정보 접근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며 이와 관련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대중적 토론이 일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