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값은 천정부지·당국은 속수무책…일본의 딜레마

입력 2016-04-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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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공행진하는 일본 엔화 가치가 어느 선까지 뛰어오를 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엔화 가치는 지난 7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07.66엔으로 2014년 10월 27일(107.58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은 달러에 대해 연초 대비 약 11%나 오르며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2013년부터 공격적인 금융 완화를 추진해온 일본은행(BoJ)이 올해 1월엔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는 등 초강수를 뒀음에도 엔화 강세는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일본은행의 완화 정책이 낳은 엔화 약세 압력보다 다양한 해외 요인에 따른 엔고 압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올초 중국 증시와 위안화 가치 급락을 계기로 세계적인 주가 하락이 동시에 일어난 데다 유럽 은행 부문의 건전성 우려까지 확대하면서 투자자들이 전통적 안전자산인 엔화에 몰렸다. 여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 후퇴에 따른 달러화 약세도 엔고를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장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을 정치적 판단에서 찾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은행의 다나세 준야 수석 FX 투자전략가는 “개입 결정에 정치적 판단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그는 연내에 엔화 값이 달러당 103엔대까지 뛸 것으로 전망했다. 올초만 해도 110엔으로 점쳤으나 여기서 더 높여 잡은 것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은 엔화가 맹위를 떨칠 때마다 시장 개입을 마다하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개입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방식의 개입이었다. 당시는 대지진 직후 피폐해진 일본 경제 회복을 방해하는 급격한 엔고를 저지할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5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개입을 하면 미국으로부터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눈치만 살피고 있는 형국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외환 시장에 대한 자의적 개입과 통화 약세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미국과의 마찰을 피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었다고 관계자는 WSJ에 말했다.

관계자는 특히 일본 당국이 개입을 주저하는 이유로 미국 대선 경선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향후 행보를 지목했다. 이들은 사실상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간주할뿐 아니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무역에서 우위를 차지할 목적으로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하지 않겠다는 것을 회원국에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일본이 5월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주최한다는 것도 개입을 주저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3월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통화의 경쟁적인 평가 절하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개입을 단행했다가는 G7 정상회의에서 비난의 화살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엔화 가치가 현 수준에서 더 오르지 않는 한 일본은행이 시장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우에도 다이사쿠 수석 통화 전략가는 개입 가능성에 대해 “80엔이나 90엔까지 엔고가 진행되면 개입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호주뉴질랜드은행은 일본의 무역흑자 급증을 이유로 2016년 말까지 달러당 105엔, 2017년 초에는 100엔 전후로 뛸 것으로 예상했다. 이 은행의 아이린 장 수석 FX 전략가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일본은행 관계자의 비둘기파적 발언이 가져올 엔저 유도 효과에 한계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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