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드자동차가 멕시코에 16억 달러를 들여 소형차 공장을 새로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해외 투자가 필수라는 판단에서 이같이 결정했지만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일부에서는 기업의 해외 생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드는 5일(현지시간) 멕시코 중부 산 루이스 포토시 주에 새 공장을 건설한다며 올여름 착공한다고 발표했다. 포드가 새 공장을 짓는 건 미국에선 2004년 미시간 트럭 공장 이후 12년 만, 멕시코에서 새 공장 건설은 1986년 이후 30년 만이다. 지난해 세전 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실적 회복에 따라 투자를 재개하는 것이다.
2018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2020년까지 2800명의 직접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드는 이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과 구체적인 차종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은 미국 외에 중국과 브라질 등지로 수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신흥국에서 선호하는 저가의 소형차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포드가 새 공장 부지로 멕시코를 선정한 건 미국에 비해 낮은 인건비 때문이다. 소형차는 마진이 작아 생산 비용을 어떻게 소화할 지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또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활용하면 미국과 남미 국가 등 주요 시장에 낮은 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같은 이유로 멕시코는 자동차 업체들이 선호하는 생산 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부품 업체들도 모여들면서 포드 외에 제너럴모터스(GM)도 2018년까지 총 50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 생산 규모를 2배로 늘릴 계획을 발표했고, 도요타자동차도 2019년부터 멕시코에서 코롤라를 생산한다.
그러나 대선의 해를 맞이한 미국에서는 자국 내 고용을 위협하는 미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크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1위를 달리는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포드의 멕시코 공장 건설 발표에 “망신스럽다”고 비판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데니스 윌리엄스 위원장도 “안타깝다”고 했다.
이를 의식해 포드는 성명을 내고 “지난 5년간 102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했다”며 “우리는 ‘글로벌 미국기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