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은의 월드톡] 애플 vs. FBI 아이폰 잠금해제 공방…승자는 없다?

입력 2016-03-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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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

애플의 아이폰이 결국 뚫렸습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28일(현지시간) 애플의 도움없이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푸는 데 성공했다며 미국 법무부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했던 아이폰 잠금 해제 협조 요청 소송을 취하했습니다.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를 둘러싼 애플과 FBI의 싸움은 ‘제3자의 도움’으로 시작도 해보기 전에 끝나게 됐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 싸움이 이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건을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 샌 버나디노 카운티의 복지시설에서 총격이 발생해 1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죠. FBI는 수사를 위해 테러 범인인 사예드 파룩이 사용했던 아이폰5C 잠금을 해제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10번 이상 비밀번호가 틀리면 데이터가 삭제되는 아이폰의 보안 특성 탓에 애플에 지원을 요청했는데 애플 측이 고객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거절하자, 결국 소송에 이르게 됐죠. 하지만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FBI가 제3자의 손을 빌려 아이폰 잠금 해제에 성공한겁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이번 사건 이후 수많은 보안 업체와 해커가 아이폰 잠금 해제에 도전, 아이폰 보안이 해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FBI가 제3자의 손을 빌려 국가안보 측면에선 일단 두 번 체면 구기는 일은 면했으나 사법 당국과 제3의 업체가 아이폰의 보안 허점을 파악한 만큼 이용자의 사생활 보호는 장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죠.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 이후 당국의 사이버 사찰이 횡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AP뉴시스

애플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안 강화에 신경쓸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FBI 측은 ‘제3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그리고 잠금장치 해제방법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는데요. 애플이 아무리 보안 강화에 나섰다 해도 FBI 잠금장치 해제 방법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찝찝함과 불안함을 지울 수는 없겠죠. 애플은 이튿날인 29일 FBI가 어떻게 잠금장치를 해제했는지 방법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요. 그간 애플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곤혹을 치러야 했던 FBI가 애플에 순순히 잠금 해제 방법을 알려줄지는 미지수입니다. 특히 FBI 등 미국의 안보당국은 대테러와 관련해 해킹기술을 개발하고 사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 데, 그렇다고 해서 관련 기업에 이를 알려주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약 이를 애플에 알려주게 될 경우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고, 또한 대테러 노력의 일환을 사기업에 유출했다는 이유로 공공안전에 대한 논란도 생길 수 있습니다.

사생활보호와 공공안전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팽팽합니다. 미국 법원마저도 갈팡질팡하는 상황 일정도로 경중을 따지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의 승자는 애플도, FBI도 아닌 보안업체들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공의 안전과 사생활 보호 사이에서 안보 당국과 애플 등 IT업체들이 우왕좌왕할 때 안보업체들이 어부지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어쨌든 FBI가 수사협조를 거부한 애플에 해제 방법을 공유할지, 미국 당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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