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취임 2년, 前금통위원들의 점수는요?①

입력 2016-03-29 08:10수정 2016-03-2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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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점척도 기준 3.8점..정부와의 공조 높게 평가, 통화신용정책·독립성 상대적 저조

‘3.8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 대해 전직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정부와의 정책공조와 정책 일관성 내지 신뢰성을 높게 평가했다. 반면 외부로부터의 독립성과 통화신용정책은 상대적으로 잘하지 못했다고 봤다.

29일 이투데이가 전직 금통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 총재 취임 2년을 이같이 평가했다. 점수분포는 1점 ‘매우잘못했음’부터 5점 ‘매우잘했음’까지였다.

한때 같이 근무했던 인연 탓에 점수는 다소 상향평준화된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를 끝내 거절한 위원들의 언급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실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설문에 응하지 않으면서도 “잘하고 있다. 금융이 비상시국이다. 누가 한들 쉽겠나. 어려운 시기에 애를 많이 쓰고 있다”고 전했다. 임승태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도 “한은 총재는 평가의 대상이 안된다. 잘하고 싶은 분이다. 전현직 인사들이 말하면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끝내 설문을 고사했다.

이 총재는 다음달 1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총재 임기가 4년이라는 점에서 꼭 반환점을 도는 셈이다.

◇ 정부와 경기부양 찰떡 공조, 긍정 평가 = 부문별로는 정부와의 정책공조가 4.2점, 정책 일관성 내지 신뢰성이 3.8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세월호 및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네 번의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화답한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총재 취임 후 한은 정책은 경기부양에 맞춰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기준금리는 25bp씩 네 번에 걸쳐 인하돼 사상최저 수준인 1.50%를 기록중이다. 발권력 동원이라 할 수 있는 금융중개지원대출도 세 번의 증액과 금리인하가 있었다. 한도는 기존 12조원에서 25조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고, 대출금리도 25bp 인하돼 부문별로 연 0.5%에서 0.75%를 기록하고 있다. 지원 프로그램 역시 2014년 9월 설비투자지원이 신설된데 이어, 기술형창업지원이 창업지원으로 변경되는 등 지원 범위도 확대일로를 걸었다.

(한국은행)
주택금융공사의 안심전환대출 추진에 따라 한은은 지난해 2000억원 규모로 주금공 추가 출자를 단행했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대상증권에 주금공 주택저당증권(MBS)을 포함시키는 등 조치도 이뤄졌다.

이밖에도 회사채정상화방안과 관련해 산업은행 대출도 있었다. 신용보증기금 500억원 출연을 위해 산업은행에 3조4300억원 대출을 취급하고 통안채 1년물 3조4500억원을 상대매출했다.

◇ “척하면 척” 두고두고 비판, 선제적으로 비전·니즈 이끌길 = 반면 외부로부터의 독립성은 3.4점에 그쳤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후 한은이 갑작스럽게 금리인하에 나선데다 2014년 9월 주요20개국(G20)회의차 호주를 방문한 최 전 부총리가 이 총재와의 와인 회동사실을 공개하며 “(기준금리는) 척하면 척”이라고 말했던게 두고두고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같은 언급 직후인 그해 10월 한은은 기준금리를 또 한번 인하했었다.

시장과의 소통도 3.6점에 그치며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다. 통화신용정책 역시 3.4점에 머물렀다.

이 총재 취임후 최 전 부총리 취임전까지 “기준금리의 방향성은 인상”을 언급했던 이 총재가 갑작스레 인하로 돌아선데 따른 비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네 번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에서 되레 가계부채 등을 강조하면서 마치 인하하기 싫은 사람으로 비춰져 왔던 점도 반영된 셈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인하를 단행했어야 한다는 부양론자나 가계부채 문제 등을 이유로 버텼어야 한다는 긴축론자 모두에게 비판받는 셈이 됐다.

소통을 강조했고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던 이 총재 역시 취임 1주년내지 지난해 연말 송년회 자리 등을 빌어 “소통이 생각보다 어렵더라.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실토했을 정도였다.

한은이 이젠 선제적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경제주체들의 니즈(needs)를 이끌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남궁훈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택하는 등 금융상황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역할을 끌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이라며 “어떤 스탠스가 바람직한지 비전을 보여주고 니즈를 끌어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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