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빵 뺑소니범 음주혐의 무죄…'위드마크' 측정법 공신력 논란

입력 2016-03-2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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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빵 뺑소니 사건 피의자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진 위부터 사건현장 인근 CCTV에 찍힌 피의차 차량, 사고후 숨겨놓은 차량 파손 부위, 지난해 1월 영장실질 심사에 나선 피의자 허모씨의 모습. (뉴시스)

이른바 '크림빵 뺑소니' 교통 사망사고 피의자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검찰이 '위드마크' 측정법을 앞세워 음주 혐의를 공소에 포함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스스로 추정 수치를 번복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등의 혐의로 기소된 허모(38)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피의자가 스스로 혐의를 인정하고 자수했지만 뺑소니 사망사고와 관련 3년형이 확정된 것에 이견도 잇따랐다. 판결의 배경에는 법원이 피의자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건은 지난해 1월 10일 새벽 청주시 흥덕구 무심천변의 한 도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화물차 운전을 마친 강모(사고 당시 29세)씨는 이곳에서 길을 건너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사고 당시 만삭의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 들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사고 이후 크림빵 뺑소니 사건으로 불렸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찰은 유례없이 강력반까지 투입해 수사에 나섰다. 온라인에서 공분이 확산되자 수사본부를 설치한 뒤 수사망을 좁혀갔다. 결국 경찰의 수사망 압축에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한 뺑소니범 허씨는 사건 발생 19일 만에 자수했다.

허씨는 진술과정에서 "사고를 내기 전 소주 4병을 마셨다"고 자백했다. 함께 술을 마신 허씨의 직장 동료 역시 이같은 사실을 증언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뺑소니범 허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반면 사건 발생 19일이 지나 자백한 허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입증할 과학적 증거는 부족했다. 피의자와 피의자 동료의 증언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검찰은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결국 음주 후 혈중알코올 농도 측정법인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 허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0.26%로 추정해 공소장에 포함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1914년에 독일계인 위드마크가 창안한 혈중 알코올농도 계산방법이다. 음주운전시 사고가 난 후 시간이 많이 경과된 경우에 적용된다. 운전자가 술이 깨어 버렸거나 한계 수치 이하인 경우에도 사용된다. 음주운전 당시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계산하는 기법 가운데 대표적이다.

개인에 따라 시간당 알코올 분해값이 0.008%∼0.030%에 분포하는 점에 착안한 측정법이다. 음주운전자의 호흡이나 혈액으로 음주정도를 곧바로 잴 수 없을 때 이용하는데, 혈중 알코올 농도가 시간당 평균 0.015%씩 감소하는 것으로 역추산한다. 범행이나 사고 당시의 음주상태를 추정하게 된다.

이번 크림빵 뺑소니범에 대해 검찰이 추정한 혈중 알코올 농도를 0.26%는 이 위드마크 계산법에 의해 산출된 수치였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26% 상태로는 "깨어 있기조차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뒤늦게 음주량을 소주 900㎖로 놓고 허씨의 몸무게 등을 대입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0.162%로 수정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위드마크 측정값이 번복되면서 신뢰도가 떨어졌고, 검찰의 공소장도 힘을 잃었다. 결국 대법원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뺑소니범 허씨의 음주혐의는 무죄로 결론이 났다.

뺑소니 사망사건의 범인이 스스로 "술을 마셨다"고 시인했음에도 무죄가 선고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법조계에서는 피고인의 자백 등에만 의존해 적용되는 위드마크 계산법이 법정에서 공신력을 인정받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대법원은 최종 판결에서 "허씨가 섭취한 알코올의 양, 음주 종료시각, 체중 등 전제 사실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허씨의 음주운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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