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술력 진화 어디까지…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폭로 이어 아이폰 잠금 해제에 도전

입력 2016-03-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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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파문을 세상에 알린 일본의 기술력이 이번엔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풀지 못한 아이폰의 잠금해제에 도전한다.

24일 블룸버그통신은 FBI가 일본 선전자 산하 셀레브라이트의 기술을 빌려 아이폰의 잠금기능 해제를 시도한다고 이스라엘 Y넷뉴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FBI는 지난해 말 샌 버나디노 테러 사건의 용의자가 사용하던 아이폰의 잠금 기능을 해제해 달라고 애플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사법 당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애플이 사용자의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꿈쩍하지 않자 대안으로 셀레브라이트의 기술력을 차용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셀레브라이트는 선전자가 2007년에 인수한 업체로 휴대전화가 잠겨 있거나 문서가 암호화돼 있어도 데이터를 추출하는 데에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9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특히 전세계의 수사, 방위, 기밀과 관련된 많은 기관들과 거래해온 실적이 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는 FBI가 샌 버나디도 총격사건 테러범의 아이폰 암호를 해제하는데 드는 비용이 1500달러(약 174만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달 이탈리아 사법당국이 셀레브라이트에 범죄 용의자의 아이폰5 암호해제를 의뢰했는데, 당시 해제에 걸린 시간은 이틀, 비용은 1500달러에 불과했다고 한다.

셀레브라이트가 주목받는 건 FBI도 갖지 못한 기술력 때문이지만 일본 기업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작년 9월 불거져 전세계에서 대량 리콜과 천문학적인 소송을 불러 일으킨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도 일본 기술이 사용됐다. 폭스바겐 배출가스의 성분을 처음 측정한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 연구소와 이를 토대로 조작사실을 밝혀낸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계측장치는 일본 기업인 호리바제작소 제품이었다.

미국 환경단체의 의뢰를 받은 웨스트버지니아대는 폭스바겐의 디젤 엔진 차량에 호리바제작소의 계측장치를 싣고 실제로 거리를 주행해 배기가스를 시험했다. 그 결과, 차체를 고정해 실시하는 시험장에서의 검사 결과와 비교해 질소산화물(NOx)이 기준치보다 최대 35배 많다는 사실을 2014년 5월 밝혀 공식화했다. 이후 EPA가 조사에 나서면서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은 세계 자동차 업계를 뒤흔드는 문제로 발전했다. 호리바제작소의 배기가스 측정 장치가 아니었다면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실은 영원히 파묻힐 수도 있었던 것이다.

선전자는 1971년 설립된 통신기기 업체로 파칭코 관련 기기와 게임 소프트웨어 등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셀레브라이트 인수는 선전자의 안목을 보여주는 것으로, 회사는 셀레브라이트 인수 후 수사기관용 솔루션 쪽으로도 눈을 돌렸다. 포브스는 셀레브라이트의 기술력이 아이폰 잠금 해제에도 유효한지는 확실치 않으나 FBI는 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셀레브라이트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기업 중에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오너 경영자의 진두 지휘로 수십년 이상 한 분야에서 승부를 거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제적으로 굵직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일본 기업의 활약이 돋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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