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디지텍시스템스 사기 대출 '긴장'…산은 “직원 개인 비리”

입력 2016-03-23 11:09수정 2016-03-2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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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 "조만간 내부 조사"…국민 "절차 상 문제 없어"

터치스크린을 제조하는 중견기업의 수백억원대 사기 대출 사건에 휘말린 은행권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특히 2014년 10월 은행권을 강타한 ‘모뉴엘 사태’가 재현될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 은행들이 디지텍시스템스의 대출 사기에 연루돼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들 은행은 2012~2013년 디지텍시스템스에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대출해줬다. 은행별로는 수출입은행이 3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 250억원, 국민은행 250억원, 농협은행 50억원 등이다. 더불어 한국무역보험공사는 5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해줬다.

디지텍시스템스의 사기 대출 정황은 금융 브로커가 개입해 알선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가 드러나면서 포착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최근 브로커 최모씨 등 3명을 구속했다. 더불어 디지텍시스템스에 250억원대 대출을 해주고 2000여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로 산업은행 이모 팀장을 긴급체포했다.

산업은행은 이번 사건을 이모 팀장의 개인 비리로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 팀장은 대출 당사자가 아니라 영업지점에 디지텍시스템스를 소개해 주고 소개비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대출 절차상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검찰 수사와 별개로 문제가 된 대출에 대한 내부 조사를 서둘러 진행할 계획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우선 손실이 난 부분에 대해서 절차상의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검찰에 소환된 직원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디지텍시스템스 부실 채권은 지난해 8월 손실로 인식해 이미 상각 처리했다”면서 “대출금 300억원 중 100억원은 대출 해당연도에 회수해 손실 잔액은 2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내부적으로 이번 사건에 연루된 대출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2014년 디지텍시스템스의 부실 채권을 매각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여신을 취급했던) 2013년만 해도 디지텍시스템스는 잘나가는 중견기업이었다”며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보니 당시 대출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디지텍시스템스는 2012년 2월 사채를 이용한 기업사냥꾼 일당이 인수했다. 이후 기업사냥꾼들은 부족한 인수자금을 메우려고 회삿돈을 횡령해 2014년 무더기로 기소됐고 중형이 선고됐다.

같은 해 디지텍시스템스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지난해 초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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