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애플 아이폰에 대한 혁신 강박증 버리자

입력 2016-03-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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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쿠퍼티노/신화뉴시스

애플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4인치의 새 아이폰인 ‘아이폰SE’와 9.7인치의 아이패드 프로 등 신제품을 공개했습니다.

사실 애플은 이미 고(故) 스티브 잡스 시대의 비밀주의를 이미 포기한 지 오래여서 그렇게 새롭다는 느낌은 안들었습니다. 외신보도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제품 디자인과 성능 등이 발표회 전에 다 알려진 탓이지요. 그나마 신선했던 것은 예상보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었습니다. 싸구려 제품 같았던 아이폰5C의 실패를 바탕으로 제품 성능과 디자인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가격은 주력 모델인 아이폰6S보다 250달러나 낮췄기 때문이죠.

최근 몇 년간 애플이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기사가 ‘혁신 사라진 애플’‘애플, 혁신은 없었다’ 등입니다. 실제로 필자 자신도 이 주제로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부터 혁신이 사라진 애플을 비판하기 전에 너무 안이한 시각으로 기사를 쓰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야겠습니다.

혁신이 없다는 얘기는 사실입니다. 아이폰 신모델은 이전 모델보다 성능이 업그레이드되고 디자인이 바뀌고 지문인식과 동작인식센서 등 새 기능이 채택되는 등 꾸준히 개선됐지만 라이프 스타일을 바꿀 정도로 혁신적이지는 않았으니까요. 외국 반응이 시큰둥한 것도 맞습니다. 이날 애플 주가는 0.01% 하락하고 시간외 거래에서도 0.01% 상승으로 제자리걸음을 했습니다. 시장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는 소리지요.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혁신이 그렇게 쉽게 될 수 있는 것일까요. 불과 6~7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일반인이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의 개념을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몰락한 디지털 카메라와 전자사전 등 수 많은 기기들을 보면, 또 스마트폰으로 바뀐 우리의 일상 모습들을 감안하면 혁신은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 아이폰에 대한 혁신 강박증을 버려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팀 쿡 시대 애플은 아이폰으로 혁신적인 무엇인가를 제시하기보다는 시장에서 부족했던 점을 채우는 데 주력한 것 같습니다. 삼성의 갤럭시노트 등 패블릿이 애플의 지위를 위협하자 잡스의 유지를 깨고 대화면의 아이폰6를 공개해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직도 4인치 아이폰 수요가 많은 것을 감안해 아이폰SE를 내놓았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한 지금 애플이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지가 더욱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애플이 오는 9월 출시할 이른바 ‘아이폰7’에서 무엇을 제시할지 더욱 관심이 갑니다.

그래도 역시 혁신이 사라진 것은 아쉽기는 하네요. 아이폰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됐던 아이패드와 애플워치도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습니다. 잡스는 애플컴퓨터에서 아이팟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나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보여줬습니다. 다시 그런 혁신을 보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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