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쿠바 방문이 성사된 가운데 쿠바 정부가 도를 넘어선 언론통제에 나서고 있다.
쿠바 정부가 20일(현지시간) 오바마의 도착을 앞두고 반정부 시위자들을 대대적인 체포했다고 BBC,뉴욕타임스, CNN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쿠바 경찰은 이날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정치범 석방촉구 시위대를 체포한 데 이어 성당 앞에서 주례 시위를 벌인 '레이디스 인 화이트' 회원 수십명도 체포했다. '레이디스 인 화이트'는 정치범 아내 및 어머니들로 구성된 인권단체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체류기간동안 이 단체의 일부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쿠바 당국이 미국에 거주하는 자국 출신 망명자들의 입국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대대적인 시위대 단속이 시작되고 있지만 현지 언론의 보도통제 탓에 이같은 사실이 쿠바 국민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쿠바 국영 언론사의 한 기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2주전 동료들과 함께 정부에 불려가 오바마의 쿠바 방문과 관련해 소셜네트워크미디어(SNS)에 올려야 할 글과 올리지 말아야 할 글에 대한 상세한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방문을 취재하기 위해 들어온 외국인 기자들에 대한 인터뷰도 금지됐다. 친구들과 개인적인 대화에서도 오바마에 관련한 말을 하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려졌다. 이 국영언론사 기자는 "이건 검열이다. 좋건 나쁘건 아무 말도 할 수없다"고 인터뷰를 통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쿠바의 반정부 인권단체인 쿠바애국연합(UNPACU)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 12일 정치범 석방과 인권존중 등을 촉구하는 시위에 327명이 참가했고 260여명이 구속됐다"며 "이 가운데 30여명 이상은 여전히 여러 곳의 경찰서에 분산돼 구속돼있는 상태"라고 밝혔다.